"추미애 '소설 쓰시네' 발언에 자괴감"..소설가협회, 사과 요구 (전문)

박지혜 2020. 7. 30. 13: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소설가협회가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받아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소설가협회는 "한 나라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국회에서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냐.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추 장관의 공개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국소설가협회가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받아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소설가협회는 30일 김호운 이사장과 회원들 명의로 낸 성명에서 지난 28일 추 장관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소설가들은 놀라움을 넘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법사위 회의에서 윤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맡았는데, 지난 4월 임명된 법무부 차관이 동부지검장 출신인 걸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추 장관은 윤 의원이 법무부 차관을 찾으며 “차관으로 발령난 게 (추 장관) 아들 수사권하고 관련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소설을 쓰시네”라고 발끈했다. 이에 윤 의원은 “소설을 쓰고 있네? 우리가 소설가인가?”라고 반발했고, 추 장관도 물러서지 않고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맞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소설가협회는 “한 나라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국회에서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느냐.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추 장관의 공개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해 이를 정리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74년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소설가로만 구성된 국내 유일의 문인 단체이다. 회원 수는 지난 2월 기준 1300여 명이다.

다음은 한국소설가협회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해명 요청 성명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말한 “소설 쓰시네”에 대하여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소설 쓰시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윤한홍 국회의원이 “…소설가가 아닙니다.”라고 응수했다.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소설가들은 놀라움을 넘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

정치 입장을 떠나서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이 땅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걸핏하면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하는 행위로 빗대어 발언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여 이를 정리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다.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고, 모르고 했다면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하는 말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소설 문학을 발전 융성시키는 데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인터넷에서까지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무부 장관의 해명과 함께, “소설 쓰시네”라고 한 것에 대해 소설가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를 요청한다.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 외 회원 일동

박지혜 (nonam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