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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면 죽을 것 같아요..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사람들

최민지·이창준·윤기은 기자 입력 2020.07.30. 17:14 수정 2020.07.3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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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안 하면 알 수 없는 고통
일상생활 위협까지 느끼지만
'이기적'이란 시선에 더 상처
배제보단 정책적 배려 필요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덕기 기자

20분 동안 벽 보고 서 있기. 건물과 건물 사이 어두운 공간에 들어가기. 진정제는 언제나 꺼낼 수 있도록 가방에 넉넉하게 챙기기. 공황장애 환자 A씨(36)에게 최근 생긴 생활 습관들이다.

공황장애로 목이 졸리는 듯한 신체화(身體化·정신적 필요가 신체 증상으로 표현) 증상이 나타난다는 그에게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반년 이어지며 마스크는 일상이 됐다. 마스크 착용은 매너를 넘어 의무가 됐다. 마스크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공공기관은 물론 쇼핑몰 등 시설은 입장부터 제한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기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마스크가 주는 불편이 누군가에겐 일상을 위협하는 정도라면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기자는 30일 공황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호흡기 질환을 가진 이들을 인터뷰했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경제적 타격이 불평등했듯 마스크가 주는 고통도 고르지 않았다.

A씨는 마스크로 인해 공황장애 증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면 (공황장애)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유사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공황장애로 이어집니다. 보통 사람들은 갑갑하다는 정도겠지만 저는 거의 숨을 못 쉬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자리를 피해야 해요.” 대피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한다. 벽을 보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찾는 것도 그래서다. 병원까지 가려면 마크스를 써야 해 증세가 악화해도 참곤 한다고 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촉각에 예민한 이들에게 부드러운 면마스크도 철수세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중증자폐인 14세 아들을 키우는 최모씨(43)는 “아이가 기본적으로 몸에 무언가 걸치는 것을 싫어한다. 마스크를 씌우면 바로 집어던지거나 찢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불편해 (사람이 없는) 밤에 집 근처를 오가며 마스크에 익숙해지도록 연습시켰다”고 했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20대 천식 환자 박모씨는 지난 4월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탔다가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다. “승객들 시선을 신경 쓸 여유도 없이 벨부터 누르고 내렸다”는 그는 이제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이들 건강 취약계층의 심리적 위축도 뚜렷해지고 있다. 또 다른 공황장애 환자인 대학생 호모씨(20)는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보기 어려워 교수님께 비대면 시험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나 한 사람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약자로서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보건당국은 건강 취약계층에게 비말 차단용 및 수술용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황장애, 자폐 스펙트럼 등 각 질환의 특성에 따른 구체적 지침은 마련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방지를 위한다고 할지라도 건강상 이유나 장애로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이들이 정책적 관심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훈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경기도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 부센터장)는 “합리적 사유가 있다면 마스크를 못 쓰는 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이창준·윤기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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