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서 국가가 휴대폰 접속 정보 수집하는건 위헌" 헌법소원

하선영 2020. 7. 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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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개인의 휴대폰 기지국 접속 정보를 수집한 데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정부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는 29일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장, 서울특별시장,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개인의 휴대폰 기지국 접속 정보를 수집한 것을 놓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민변]

지난 5월초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이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정부는 휴대폰 기지국 접속 정보를 토대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추려내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클럽 방문자 5500여 명의 신원을 파악하고자 했지만 이중 2000명 이상이 연락 두절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지국 접속 정보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추적하면 감염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동통신사 3사에 이태원 방문자들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4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클럽 인근 기지국에 접속한 사람 중 30분 이상 체류한 이들에 대한 통신정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총 1만905명에 관한 것이다. 방역 당국은 이렇게 파악한 1만여 명에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하는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보냈다.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휴대폰을 갖고 있기만 해도 기지국으로 전송되는 정보인 접속기록까지도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즉 문제가 됐던 클럽에 간 것도 아니고 주변 다른 상점에 들렀던 행인들까지도 정부가 고위험 감염군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현행 기술로는 휴대폰 접속 정보만으로 정확히 어떤 건물에 머물렀는지까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난 5월 8일 오후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5월 당시 방역 당국이 휴대폰 기지국 정보를 수집했을 때도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서울시는 브리핑에서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당 정보를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소원에서 청구인들은 "주변 기지국에 30분 이상 체류한 자 전원을 감염병 의심 환자로 보고 정보를 요청한 법적 근거는 모호하다"며 "정보를 수집한 법적 근거로 드는 감염병예방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도 기지국 정보 처리 행위를 구체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이 같은 조처를 한 것은 '모든 공권력 행사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하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또 "방역 당국이 법적 근거로 감염병 예방법 제2조 제15의 2호 등을 드는데, 이 조항들 역시 헌법 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지국 정보 처리 행위와 감염병 예방법 조항은 국제인권기준에도 어긋난다"며 "헌재가 이를 위헌으로 확인함으로써 감염병의 공포 아래 희미해진 헌법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한다"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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