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폰 유심 압수수색에 수사팀서도 반대 많았다

김수민 2020. 7. 3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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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 동의않자 정진웅 현장 지휘
부장검사가 수색 나선 건 드문 일
정 측 "현직 검사장 예우 차원 간 것"
정진웅, 유심을 스모킹건 여긴 듯
한동훈폰 카톡·텔레그램 확보 노려
"정 부장 진료 내역은 코로나 검사"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 선서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검찰 간부 간 ‘육탄전’을 촉발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카드 압수수색에 대해 채널A 사건 수사팀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검찰 내부에서는 전날 이례적으로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압수수색을 지휘하게 된 것과 관련해 유심 압수수색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은 팀원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검사는 “상당수 수사팀원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 때부터 ‘유심에서 나올 게 없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다 실제 영장 집행 상황이 되니 선뜻 현장에 나가겠다고 한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정 부장이 나가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부장검사가 직접 압수수색에 나서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통상 압수수색은 평검사나 부부장검사가 맡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때도 부부장검사가 현장을 지휘했다. 정 부장 측 관계자는 “수사팀 내부에서 압수수색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정 부장은 압수수색 대상자가 상급자인 현직 검사장인 만큼 예우 차원에서 직접 나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유심엔 가입자 정보 등 극히 일부만 저장

검찰 간부 간 폭행 의혹 사건

정 부장이 폭행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유심에 집착한 것과 관련해 유심을 일종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로 지난 3월 10일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이에 이뤄진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 내용을 꼽는다. 두 사람의 보이스톡 통화 직후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가 어렵다고 하자 한 검사장이 ‘내가 수사팀에 말해 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정 부장이 유심에 담긴 개인 인증 정보 등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에 접근한 뒤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 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도 이러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수사팀원은 실효성을 낮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유심에는 가입자 정보와 통화 내역 등 극히 일부 정보만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별도의 설정을 하면 유심에 연락처와 문자메시지 등을 저장할 수도 있지만 한 검사장이 사용하는 아이폰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유심을 압수한 이후 2시간 반 만에 되돌려줬다는 사실과 관련해 “유심에서 별다른 정보를 찾아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심 압수수색을 빌미로 한 검사장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경찰청 소속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는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순간을 기다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확인하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한동훈, 공무집행방해 없었다”

한동훈(左), 정진웅(右). [연합뉴스]

상황은 정 부장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날 한 검사장의 공무집행방해 가능성을 시사했던 중앙지검은 이날 공무집행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한 검사장에 대한 맞고소 의사를 밝힌 정 부장도 고소장에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만 넣기로 했다.

감찰을 서울고검에서 진행하기로 한 것도 정 부장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로서는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친정권 성향의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측이 갖고 있다고 주장한 영상 자료도 부담 요인이다. 한 검사장은 입장문에서 “수사팀에서 상황을 사실상 인정하는 장면, 일부가 개인적으로 죄송하다는 뜻을 밝히는 장면, 정 부장 이외 수사팀이 ‘정 부장의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모두 녹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이라면 하나하나가 모두 정 부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 검사장 측은 “한 검사장이 몸싸움이 끝난 직후 현장에서 펜을 꺼내 정 부장에 대한 고소장을 손으로 써내려 갔는데, 이 장면도 촬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고소장에 적시된 ‘독직(瀆職)폭행’ 혐의는 법원·검찰·경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 폭행한 경우 적용된다. 군사정권 시절 ‘고문 기술자’로 불렸던 이근안 전 경감 등에게 적용됐던 혐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소 자체도 드물다.

한 검사장 측은 전날 수사팀 소환 요청에 불응한 것과 관련해 이날 “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한 검사장을 허위로 음해하는 KBS 보도에 직접 관여했고, 수사팀의 수사 자료를 본 것으로 내외에서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수사팀에 이와 무관하다는 최소한의 합리적 설명을 해 줄 것과 설명 이후 출석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팀이 허위 음해 공작과 관련돼 있다면 그 수사팀으로부터 수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요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부장이 전날 진료를 받은 종합병원의 관계자는 “(정 부장이) 고열이라 응급실 격리 공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동안 혈액·소변 검사 등 기초검사와 수액 치료를 했고, 음성 판정이 나와 귀가 조처했다”고 말했다. 전날 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해 정 부장이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밝혔었다.

김수민·정진호·정유진·이가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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