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시간당 100mm 물폭탄.. 대전 아파트 두 동 잠겼다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대전·세종·충남 등 중부 지역에 시간당 최대 102㎜의 폭우가 쏟아졌다. 불과 반나절 동안 쏟아진 비였지만, 대전에서는 아파트 1층이 물에 잠기고 차량 70여 대가 침수됐으며, 이재민 수십 명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대전 중구 문화동에는 30일 오전 4시 18분부터 1시간 동안 102.5㎜의 폭우가 내렸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였다. 시간당 80㎜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5층 아파트 다섯 동(총 235가구) 중 저지대에 있는 두 동의 1층 28가구에 물이 차올랐다.
깊이 잠들어 있던 주민들은 새벽부터 공포에 떨면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침수 피해를 당한 1층 주민 40대 이모씨는 "1층 현관에 나가 보니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 있어 대피하지 못했다"며 "겁먹은 두 딸과 함께 발만 동동 구르다가 소방대원들이 와서 고무보트를 타고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쏟아진 물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차올라 지상에 주차된 차량 70여 대가 흙탕물에 뒤덮인 채 둥둥 떠다녔다.
이날 1층에 거주하는 50대 주민이 심정지 상태로 119구조대에 발견돼 숨졌지만, 사인이 폭우와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아파트에서만 이재민 140여 명이 발생해 침산동 청소년수련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서구청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60~70m 정도 떨어진 야산에서 폭우로 토사가 함께 쏟아져 배수로가 막히면서 저지대에 있는 아파트가 침수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침수 피해를 당한 코스모스 아파트가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파트 자체의 구조적인 결함과의 연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 서구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1979년 착공해 1985년 완공됐지만, 공사가 진행 과정에서 사업 주체가 네 차례 변경됐다. 마지막으로 바뀐 개발 업체가 건물 사용 검사나 준공 검사 절차를 밟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전기·수도·가스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오후 5시쯤 대전시 동구 판암동 소정지하차도에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물에 빠져 있다는 인근 주민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 남성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오후 8시 30분쯤 숨졌다. 시 관계자는 "A씨가 통제된 지하차도에 무단으로 들어가 걸어가다 물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선 폭우로 도로 124곳이 침수되는 등 총 462건의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세종과 충남에서도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7시 20분쯤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에서 25t 화물트럭이 하천 교량을 건너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하천으로 넘어졌다. 트럭 운전자(65)는 차량에 고립돼 있다가 119구조대에 의해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공주에서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공산성(사적 제12호) 성벽 10m가량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북 전역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새벽부터 전주에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주차된 차량 20여 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전주 곳곳에서 하수구가 역류해 도로와 주변 상가 등이 침수됐다. 지리산·덕유산·내장산 등 전북 지역 주요 국립공원은 입산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31일 새벽 또다시 충청도와 전라도를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강수량도 150㎜ 이상으로 매우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최근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매우 약해진 상황이어서 산사태와 축대 붕괴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날 오후부터 밤사이에는 서울과 경기 남부, 충청 내륙, 남부 내륙에 10~60㎜가량의 소나기가 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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