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고 전세도 안정,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실패 그림자 아른

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2020. 7. 3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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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나란히 본회의 통과 수순에..등록 임대사업제 비롯 임대시장 개편 본격화
임사제는 3년간 활성화 노력에도 15~20% 에 그쳐..'위기'서 장점 발휘도 국한
6.17 부동산 피해자 카페 및 행동하는 자유시민 회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문재인 정권 부동산 대책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널뛰는 집값을 잡겠다며 22차례에 걸친 부동산대책을 쏟아낸 뒤, 급기야 임대차 법까지 꺼내들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31일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임대차 법은 겉으로는 세입자 주거 안정을 표방하면서,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매각하라는 무언의 압력도 담고 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고 양도소득세까지 높인데 이어, 임대료까지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게 묶어 다주택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다 팔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값도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벌써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셋값을 올리고 있는 데다, 급기야 집을 내놓지도 않고 빈집으로 잡아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는 점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집주인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임대주택을 매각할 경우 그만큼 전세 물량이 사라져 '전세대란'의 악순환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과연 집값 전세시장을 동시에 안정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빠져나갈 구멍에 전월세 폭등 여지 남겨

정부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공포‧시행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 갱신을 한 차례(2년) 청구할 권한을 갖게 되며, 임대료 인상도 최대 5%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존재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집 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려고 하니, 방을 빼달라"고 세입자에게 통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경우, 다주택자가 실거주지를 전세 놓았던 집으로 옮기면서, 그동안 살았던 주택을 전세로 돌려 자유롭게 임대료를 올려 받아도 통제할 방법이 없다. 임대인과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거주하려는 경우 임대인은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기본적으로 세입자들은 임대차 3법의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혹여나 그로 인해 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난감해진다"라며 "가격이 너무 오른 상태라, 같은 값으로 셋방을 구하려면 아예 근처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성달 국장은 "개정안에서 보장하는 계약 기간은 4년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면 세입자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원칙적으로 배제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임대사업 등록제도 유명무실화…전월세 시장 이전투구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임대사업 등록제도는 '투기 꽃길'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비교적 장기간 임대와 재계약 권한을 보장했던 만큼 지난 2년 동안 전세시장의 안정을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등록 임대사업자와 임대주택은 각각 52만 3천여 명, 159만여 호였다. 이는 실제 국내 임대시장 규모의 15~20%로 추정된다.

반대로 해석하면, 국내 임대주택의 80% 이상은 정부에 미등록 상태라는 것이다.

80% 이상인 미등록 임대인들이 기존 등록 임대사업자의 전월세 상한 제한 기류에 보조를 맞춰 온 것이 사실인데, 이번 임대차 3법 도입으로 임대사업 등록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하고 전월세 시장 자체가 수급 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는 얘기다.

◇ 보유세, 거래세 강화…주택 매각 유도했지만, 전월세 물량 사라져

정부는 그동안 보유세와 거래세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을 압박해왔다.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투기성 주택은 모두 매각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문제는 투기성 주택이 매물이 되면서 집값은 하락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전월세 물량 또한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른바 '전월세대란'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역시 "임대료는 시장의 수요·공급 여건 등 경제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하는 것"이라며 "(임대료 5% 상한 등으로 인해) 신규 임차인에 대한 진입장벽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기로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며 아파트 반값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내 집 마련 대기자들의 수요가 전셋집으로 몰리면서 전세대란이 벌어졌다. 주택도 주식처럼 가격이 하락세면 구입하지 않고, 가격이 올라야 구입하는 투자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오히려 전월세는 폭등하고, 집값이 오르면 전월세는 하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원인이다.

더욱이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라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이 우선 당장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 주택에 계속해 머물 가능성이 큰 데다, 3기신도시 조성에 따른 대기도 있어 전월세 수요는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 안정과 전월세 시장을 보호하겠다며 정책을 쏟아냈지만, 역사적으로 성공했던 전례가 없었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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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div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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