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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2030 '빚 내서라도..' 주식·부동산으로 몰린다

이완 입력 2020. 07. 31. 05:07 수정 2020. 07. 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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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투자열풍]
초저금리시대 예·적금은 '쪼잔'
30대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
절반이 주택구매 1순위로 꼽아
상반기 주식 신규계좌 64% 늘어
이중 절반 이상은 2030이 개설
'시드머니' 없으면 빌려서라도
신용대출·전세보증금 총동원
"집값 꼭지인 줄 알았는데"
신규 주담대 30대가 36% 최고
노동소득으로 종잣돈 불가한 현실
'빚 투자 신중하라'는 소리는 묻혀
20대와 30대의 주식·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한 20대 취업준비생이 휴대전화 주식 애플리케이션으로 현황을 보고 있는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에는 ‘급지’가 있어요. 3급지 정도 들어갔다가 차근차근 월급을 모아서 2급지로는 올라갈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사는 곳 근처에 투자를 하자 이렇게 생각했죠.”

신아무개(33)씨는 지난해 5월 서울 한 재개발구역의 빌라 한 호를 샀다. 이 구역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 34평 신축 아파트로 올라갈 수 있는 ‘티켓’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신씨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해서 돈을 모았다. 자신과 배우자의 예금에 각자 신용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았고 부족한 자금은 부모님에게 빌렸다. 기존에 살던 빌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1억5천만원을 끼고, 자신의 자금 5억여원을 보탰다. “제가 빌라를 살 때만 해도 그 구역에서 제일 비싸게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재개발지역까지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죠. 살 때보다 3억이 올랐어요. 은행 대출까지 전부 끌어쓰니 처갓집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다행이라고 하시죠.”

이아무개(35)씨는 ‘동학개미운동’에 참전해 돈을 벌었다. “우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2008년) 때 한번 당했잖아요. 코로나가 터지고 코스피 1500이 무너지는 순간 ‘대출을 안 하면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드론으로 2천을 땡겨서 바이오 관련 주식을 샀죠. 코스피가 다시 2000을 넘었을 때 팔아서 천만원 넘게 벌었어요.”

아픈 경험도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한창 ‘가즈아’를 외치던 2018년 1월, 코인을 샀다가 두달 만에 2천만원을 잃었다. 주식으로 만회하려고 100만원을 내고 투자종목을 찍어주는 유료 채팅방에 들어갔지만 또 400만원을 잃었다. 그래도 주식투자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 부동산까지 사려는 꿈을 꾸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주식을) 안 하면 손해예요. 예·적금같이 쪼잔하게 하는 건 관심 없어요.”

2030세대 사이에서 주식·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열풍이 거세다. 주식·부동산 초보자를 가리키는 ‘주린이’(주식+어린이), ‘부생아’(부동산+신생아)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지도 오래다. 이런 경향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빠르게 오르는 데 반해 자신의 근로소득을 모아 재산을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단톡방, 유튜브 등 각종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통로가 늘어난 배경도 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의 돈의 흐름(머니무브)이 드러난다. 30대는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으로 2015년 조사에서는 은행 적금(25%)과 아파트·주택 구매(25%)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주식투자는 11%를 차지했다. 5년 뒤인 2020년 조사에서는 30대는 아파트·주택 구매를 꼽은 이가 50%로 가장 많았고, 주식투자(15%)가 2위로 올라섰다. 은행 적금은 10%로 떨어졌다. 20대는 아파트·주택 구매(30%), 은행 예금(21%), 주식투자(20%)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20대와 30대는 2018년 조사 때는 가상통화(11%, 7%)를 주식(8%, 5%)보다 더 많이 꼽기도 했다.

<한겨레>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돈을 늘리는 유리한 방법으로 20대와 30대는 주식과 아파트·주택을 많이 꼽았다. 20대는 주식(32.7%), 아파트·주택(21.3%) 순이었고, 30대는 아파트·주택(29.2%), 주식(23.9%) 순이었다. 40대 이상은 아파트·주택(40.7%) 뒤로 은행 예·적금(20.1%)을 주식(17.6%)보다 더 많이 답했다. 잡코리아 가입자 1156명을 대상으로 7월10일부터 16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현재 하고 있는 투자를 물은 조사에서는 재테크를 하고 있는 20대 가운데 60.4%가 주식이라고 대답했다. 30대는 44%, 40대는 43%였다.

케이비(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신규계좌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3.9% 늘었는데, 이 가운데 2030세대의 비율이 56%에 달한다고 최근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6월~올해 5월 시중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288조1천억원 가운데 30대가 받은 대출액이 102조7천억원(36%)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흐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저금리가 꼽힌다. 은행 예·적금의 기준이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5년 3월(1.75%) 이후 2% 아래에 머물고 있고, 현재는 0.5%로 사상 최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엔 그냥 예금에 넣어두면 복리로 돈이 불어났지만 이제는 그런 상품이 없다. 지금은 부지런히 (투자처를) 찾지 않으면 돈을 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사이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빨라졌다. 케이비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달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은 9억2582만원으로 2008년 12월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김재우 삼성증권 금융리츠 팀장은 “강북의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아파트가 10억원을 넘으면서 30대 월급쟁이가 돈을 모아 자산시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도 노동소득만으로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빚까지 내며 투자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고는 연일 증가해 지난 24일 14조원을 돌파했다. 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최근 젊은 소비자들을 보면 카드론뿐만 아니라 소액 현금서비스까지 받아 주식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밀레니얼 이코노미> 책을 낸 홍춘욱 박사(경제학)는 “주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곱버스’(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보는 상품)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징후다.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다가 손실이 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집 사고 한 달 새 8천만원 뛰어, P2P·가상통화 등 ‘쓴맛’ 만회”

[2030에 번지는 ‘부동산 불패 신화]

“적금을 정직하게 모은다고 결과가 정직하게 나오진 않아요.”

양아무개(30)씨는 투자를 게임처럼 생각했다. 5년 전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식이었다. “삼성전자에서 새 스마트폰이 나와 대박이 날 것 같다 하면 삼성 주식을 샀고, 와이지(YG)에서 투애니원이 나오면 와이지 주식을 사기도 했죠.”

개인간 대출 중개 플랫폼인 피투피(P2P)에도 손을 댔다. “수익률이 높기도 하고, 개념 자체가 신선하잖아요. 은행에 대한 불신까지는 아니지만 대출자에겐 고금리 대신 중금리를 주고, 은행이 챙기는 예대마진을 제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지난해 초에는 가상통화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비트코인 열풍 때는 나름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상한가를 계속 기록하는 걸 보고 참지 못했죠.” 그는 투자한 돈의 90%를 잃고 나서야 가상통화 시장에서 빠져나왔다.

양씨는 올해 초 신혼집 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투자대상을 모두 정리했다. “주식은 본전이었고, 피투피에서는 손해를 조금 봤어요.” 가상통화까지 따지면 5년 동안의 투자는 ‘실패’인 셈이다. 4월 말 그는 수도권의 26년 된 작은 아파트를 계약했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니 투기과열지구여도 집값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집값 4억원은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1억2천만원과 대출금 2억8천만원을 합쳐 마련했다. “청약은 무주택 가점을 30살부터 주니 저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셋집에 살면서 2년마다 집을 옮기긴 싫었어요. 어떻게든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뒤 부동산 상승 바람이 몰아쳤다.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한 뒤 한달 사이에 값이 8천만원 뛰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무서웠죠. 일주일만 늦었어도 집을 못 샀을 거 아니에요. 저에겐 좋은 일이긴 한데 허무했어요. 뼈 빠지게 모은 돈(종잣돈 1억2천만원)이 한달 만에 부동산으로만 두배 가까이 된 거 잖아요.” 결국 아파트 투자가 근로소득과 주식·가상통화·피투피 투자를 모두 이긴 셈이다. “부동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부동산 입장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빨리 들어가는 수밖에 없죠.”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재개발지역 빌라를 전세 끼고 사는 ‘갭투자’를 한 송아무개(36)씨는 “갭투자가 좋은 건 아니지만 무주택자가 1주택자로 가기 위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저희 부부는 맞벌이이고 고연봉자라고 할 수 있는데, 주변에 보면 도대체 누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그가 산 빌라는 시세가 최근 1억원 이상 올랐다.

두 사람 사례는 현재 2030세대가 마주한 현실을 보여준다. 저금리로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다른 투자처보다 부동산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정부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다른 투자처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2030 사이에서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완 신다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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