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균열이 불러온 '검사 내분'

윤지원 기자 입력 2020.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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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몸싸움' 왜?

[경향신문]

충돌 6개월 전에도 추미애·윤석열 라인 검사들 ‘상갓집 파동’
한명숙 사건 감찰과 검·언 유착 때도 총장과 실무 간부 갈등
검사들 “총장 권한 없어지면서 조직 망가져…잡음 계속될 듯”

한동훈 검사장(47·사법연수원 27기)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52·29기)의 ‘압수현장 몸싸움’은 대검 간부 간에 충돌했던 ‘상갓집 파동’ 6개월 만에 발생했다. 검찰 내에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될 것으로 본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권한이 없어진 검찰총장과 권한을 뺏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고 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압수수색 중 한 검사장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정 부장검사는 서울성모병원 진료를 마치고 이날 새벽 퇴원했다.

한 검사장과 정 부장은 전날 벌어진 압수수색 몸싸움을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했을 때 물리력을 행사한 이유를 “압수물(유심)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검사장은 “압수 대상물도 아닌 휴대전화에서 뭘 지우려 했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정 부장이 한 검사장이 자신이 알고 있던 ‘얼굴인식 아이디’가 아닌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유심칩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라고 오해하면서 벌어진 일이란 해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의 유심칩을 3시간 만에 반환했으며, 한 검사장의 물리적 저항을 공무집행방해는 아니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분은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채 검사 인사를 하면서 노골화했다. 한 검사장과 정 부장 간 다툼은 지난 1월 대검 중간간부가 검사장에게 항명한 ‘상갓집 파동’ 이후 6개월여 만에 재현됐다.

윤 총장 측근으로 분류된 ‘특수통’ 간부 라인과 추 장관이 인선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심 라인은 ‘검·언 유착’ ‘한명숙 사건 감찰’ 등 사건마다 부딪쳤다.

지난 2월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천지 교회 관련자들의 압수수색을 놓고도 윤 총장은 압수수색에 회의적이었던 반면 실무 수사팀 안에서는 반대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은 윤 총장이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면서 조직 내 기강이 무너졌다고 봤다. 윤 총장은 이번 몸싸움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실무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검찰 수장으로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적이 없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당·정·청 협의에도 윤 총장은 불참했다.

8월 초에 있을 하반기 검사 인사에서도 총장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검·언 유착 사건에서는 수사지휘권을 내려놓은 상태다.

중간간부급 A검사는 “현재 검찰은 지휘체계가 완전히 망가졌고 친여권 성향과 그렇지 않은 성향으로 갈렸다”며 “민감한 사건이 앞으로도 많을 텐데 모시는 상사가 실세인지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중간간부 B검사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강하게 행사해온 인사권이 갑자기 박탈되면서 배제된 ‘대윤(윤석열) 라인’은 한동안 반발 에너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쪽에선) 본인이 ‘이성윤 라인’이라고 홍보하고 다니는 검사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양쪽 모두 욕망이 달아올랐기 때문에 한동안 내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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