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력회사 ESS 화재 놓고 LG화학과 공방 "배터리가 원인"vs"사실 아냐"

연선옥 기자 입력 2020. 7. 31. 06:02 수정 2020. 7. 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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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S, 작년 4월 美 애리조나서 발생한 ESS 화재 조사 결과 발표
LG화학 "화재, 배터리 때문 아니다…곧 다른 내용 보고서 낼 것"

미국 애리조나 전력업체 APS가 지난해 APS 변전소에 설치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ESS는 미국 플루언스에너지(Fluence Energy)가, 배터리는 LG화학(051910)이 공급했다.

APS는 이러한 내용을 69페이지 분량으로 담은 ‘맥미큰 배터리 ESS 사고 기술적 분석과 권고’ 보고서를 최근 현지 규제기관인 애리조나기업위원회(ACC)에 제출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19년 4월 22일 조사를 시작한 APS는 보고서에서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사고 현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관계사인 AES, 플루언스에너지, LG화학의 대표, 전문가, 컨설턴트를 조사에 적극적으로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APS 발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결함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APS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LG화학이 진행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다음달 ACC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ACC는 해당 기업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해 내년 말 종합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APS는 보고서에서 이번 폭발 사고는 배터리 셀 내부 고장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APS가 조사를 근거로 재구성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19일 오후 4시 54분, 15번 배터리 랙(Rack) 2번 모듈에 있는 배터리 셀의 전압이 갑자기 하락했고, 7번째 셀에서 열이 발생했다. 열이 발생하면서 연기가 나자 연기 감지 시스템이 활성화됐지만, 열은 곧 인근 셀로 확대됐다. 배터리 셀 사이에 열을 차단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없었다는 게 APS의 설명이다.

이렇게 발생한 열 때문에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발생했고, 출동한 소방관이 3시간여 뒤인 오후 8시 ESS 컨테이너 문을 열자 2~3분 뒤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여러 소방관이 부상당했고, 해당 ESS 장비는 크게 훼손됐다. 해당 ESS는 낮 시간 태양광으로 전력을 충전해 저장하는 장치로, 25개월 동안 가동됐다.

APS 보고서는 이번 폭발 사고를 야기한 요인을 ①배터리 셀 내 고장으로 인한 열 발생, ②열 발생을 막지 못한 화재 진압 시스템, ③배터리 사이 열전달을 막지 못해 열 확산, ④환기 장치가 없어 농축된 가연성 가스 배출, ⑤소화·환기·진입 절차가 없는 비상대응 계획 등 다섯 가지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APS는 "지금 배터리 표준은 인접 셀, 모듈, 랙으로 열이 전달되는 위험을 막지 못하고, 가스 방출 문제와 해결하지 못한다"며 "배터리 품질 표준을 높여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즉각 "배터리는 ESS 화재를 일으킨 원인이 아니다"라며 "APS의 조사 결과가 맞는다면 해당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곳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하는데 사고는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1건뿐"이라고 했다. 화재 사고는 ESS 운용상 문제라는 것이다. LG화학은 조만간 다른 결론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ESS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고르지 않은 태양광·풍력발전의 한계를 보완하는 필수 시스템이지만, 국내외에서 ESS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내 민관 합동 조사단도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ESS 화재 5건 중 4건의 원인이 배터리 이상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었다. 국내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006400)가 ESS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테슬라와 중국 CATL, BYD가 국내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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