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수사팀' 연이은 실책에 '휘청', 한동훈측은 공세 전환

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입력 2020. 7. 31. 06:15 수정 2020. 7. 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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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상황 파악에서 한동훈 검사장 수사팀에 대한 폭력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한 검사장이 설사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있었다 해도 물리력 행사 정당했나 지적
수사심의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권고와 압수수색 절차 하자 준항고 인용에 이어 악재 이어져
검찰 내부서도 무리한 수사 지적 확산
2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왼쪽)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오른쪽)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압수수색 과정에서 담당 수사팀 부장검사가 현직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육탄전'을 마다치 않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뒤 '검언유착' 수사팀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육탄 압색'을 놓고 물증확보에 실패한 수사팀의 조바심이 빚어낸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검찰 내·외부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측은 압색직후 곧바로 수사팀 정진웅 서울 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서울 고검에 감찰을 요청하는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갔지만 서울 중앙지검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 한동훈·정진웅의 입장문을 통해 재현한 7월 23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서울중앙지검은 30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 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장 집행에 착수했지만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정진웅 서울 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다.

또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이날 소환하고 휴대폰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이었지만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현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지검의 설명은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방해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그러자 한 검사장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한 검사장이 오히려 정진웅 부장으로부터 일방적인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한 검사장 측에 따르면 정 부장검사 등이 법무연수원 사무실에 도착한 뒤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영장을 읽으면서 정 부장검사에게 변호인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 위해 변호인인 김종필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도 되겠는지 물었고 정 부장검사의 허락을 받아 전화를 시도했다.

한 검사장이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사건이 터졌다. 한 검사장 측은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 부장검사가 '갑자기'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몸 위로 올라타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을 수사팀 검사와 압수수색 집행 직원, 법무 연수원 직원 등이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한 검사장측 입장문이 나온 뒤 뒤이어 정 부장검사의 해명도 나왔다. 정 부장검사는 '물리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한 검사장에게 전화통화를 하도록 허용했는데 "한 검사장이 무언가를 입력하는 행태를 보여 확인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를 돌아 한 검사장 오른 편에 서서 보니 한 검사장이 앉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고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다"고 당시 장면을 회상했다.

압수수색 중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물리적 충돌한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병원 진료를 마치고 하루 만에 퇴원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부장은 이날 새벽 서울성모병원에서 퇴원해 귀가했다. 건강에 큰 문제는 없으며 당분간 통원 치료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장은 전날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있는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하려다가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뒤 팔·다리 통증과 전신근육통을 호소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정 부장검사는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면 압수하려는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면서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휴대폰을 직접 압수하려고 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앉은 채로 휴대폰 쥔 손을 반대편으로 뻗으면서 휴대폰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고, 제가 한 검사장 쪽으로 팔을 뻗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함께 소파와 탁자 사이 바닥으로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증거를 인멸하려는 낌새가 보여 이를 저지하려다가 넘어졌을 뿐 의도적인 폭행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 한동훈은 저항하지 않았다…서울 중앙지검 공무집행방해 혐의 검토 않기로

양측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어찌됐든 압수수색 현장에서 정 부장검사가 먼저 한 검사장에 대한 '행동'에 나선 것은 사실로 보인다. 여기에 한 검사장이 저항하거나 정 부장검사에게 반격을 가한 낌새도 없다. 정 부장검사 입장문에도 한 검사장이 자신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은 없다.

서울 중앙지검도 30일 현장상황 파악 결과 한 검사장이 정 부장검사를 향해 폭행을 시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한 검사장이 순순히 휴대전화를 넘기지는 않았지만 정 부장검사를 폭행하거나 공무집행을 방해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 부장검사의 행위가 타당했느냐를 놓고는 의견들이 엇갈린다. 한 검사장측은 정 부장검사의 입장문이 나오자 곧바로 재반박문을 통해 당시 통화를 위해 잠겨있던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정 부장검사가 "잠금해제를, 페이스 아이디로 열어야지,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 검사장님 페이스 아이디 쓰는 것 다 안다'며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사용은 정 부장이 허용한 것 아니냐. 잠금해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전화를 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정 부장검사는 계속해서 같은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 측은 사건 직후 실무자들에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통화가 가능한 상태임을 확인시켰다고 강조했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서울고검에 정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요청서를 접수했다. 반면 수사팀이 소속된 서울 중앙지검은 법적 대응에 신중한 입장이다. 사건 다음날인 30일까지도 공식적인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당사자인 정 부장검사가 사건 당일인 전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한 검사장이 일방적으로 자신이 '독직폭행'을 자행했다는 주장과 고소를 제기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다.

정진웅 부장검사가 29일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모습"이라며 29일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 한동훈에게 폭행 당하지 않았는데 입원한 부장검사…잇따르는 잡음

정 부장검사가 사건 당일 배포한 입원사진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사진만 봐서는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 부장검사 스스로 "한 검사장의 변호인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 긴장이 풀리면서 팔과 다리의 통증 및 전신근육통 증상을 느껴 인근 정형외과를 찾아갔고, 진찰한 의사가 혈압이 급상승하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전원 조치를 하여 현재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제압을 당한 한 검사장은 멀쩡한데 정작 제압을 한 당사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주장에 검찰 내부에서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창 코로나 창궐로 경증 환자는 종합병원 입원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혈압 급상승' 정도로 병상을 차지했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뒤따른다. 검찰 내부에서는 설사 정 부장검사의 주장대로 한 검사장이 증거 인멸 시도를 했었다면 현장에서 체포하고 후속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절차를 따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압수수색 대상인 유심칩은 포렌식으로 복구가 가능한 만큼 물리적 제압을 통해 압수물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했다는 비판이다.

사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언유착 수사팀'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되는 결단이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한 뒤 이뤄진 압색이라는 점에서 수사팀이 사실상 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또 서울중앙지법이 이동재 전 채널A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채널A 관계자로부터 넘겨받아 압수한 건 위법이기에 취소돼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육탄 압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 수사팀은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수사팀이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검찰 내부 비판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입지 좁아진 수사팀…압박 나선 변호인

이어지는 실책으로 수사팀의 수사동력이 떨어진 반면 한동훈 검사장 측은 오히려 수사팀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마저 보이고 있다. 한 검사장 측에서는 이동재 전 기자의 압수수색 발부의 가장 핵심적인 물증이었던 이른바 '부산 녹취록' 원문과 녹음파일을 잇따라 공개하며 한 검사장에 대한 '검언유착' 의혹이 근거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부각시켰다. 통상 형사사건 피의자가 증거 공개에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것과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사심의위에서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 중단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30일에는 수사팀과 'KBS 오보' 연루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수사팀을 압박했다. 한 검사장 측은 압수수색 당일 수사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한 검사장을 허위로 음해하는 KBS 보도에 직접 관여했고, 수사팀의 수사자료를 본 것으로 내외에서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수사팀이 이와 무관하다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설명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 후 출석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 수사의 법적 정당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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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gabob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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