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매일경제

과속입법 후폭풍..임대차법 시행 당일 국토부 "우리도 몰라"

손동우,이선희 입력 2020.07.31. 17:45 수정 2020.07.31. 19: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시행일까지도 세부규정 없어
설명자료 긴급배포했지만
일선 중개업소도 헷갈려
관보게재 직전 맺은 전세계약
유효여부 놓고 정부 우왕좌왕
"집주인 실거주 확인위해
흥신소라도 써야하나"

◆ 임대차법 시행 혼란 ◆

31일 오전 임시 국무회의에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의결된 직후 정부 담당자에게 물었다.

이날 오전 제3자와 임대차 계약서를 쓴 경우는 시간으로 따지면 법안 공포 전인데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 관계자는 "시행 이전까지라는 단서가 있으니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지만 아직 공포가 안 된 만큼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실제 공포되고 나서야 "31일 새 임차인과 계약했더라도 그걸 근거로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시내 공인중개업소에는 집주인과 세입자들에게서 임대차법에 관한 문의가 빗발쳤다.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제부터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응대하느라 시간이 다 갔다"며 "하지만 우리도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안내는 못하고 토론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31일 전격 시행되면서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 새로 바뀌는 임대차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정부 담당 부서와 일선 공인중개업소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주택 임대차 특성상 사례가 너무 다양해 어떤 식으로 법이 적용되는지 일일이 유권 해석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전날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관련 질의응답(Q&A) 설명자료를 긴급 배포했지만 모호한 부분이 여전히 많다. 결국 혼란의 모든 피해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뒤집어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개정 임대차법이 법 조항이나 문구 하나를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적용 대상과 방법 등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데 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 심의도, 토론도 다 건너뛰고 군사작전 하듯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의가 가장 집중되는 분야는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지다.

집주인은 본인이나 자녀, 손자 혹은 부모, 조부모 등 직계 존·비속이 직접 거주하면 계약 갱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개정되는 임대차법 적용이 확실히 제외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반응이 날카롭다.

집주인 대신 배우자가 거주하겠다고 하는 경우, 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밝히고 전입신고한 후 공실로 놔두는 경우 등에는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세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공실로 둬도 제3자와 신규 계약하지 않는 한 기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집주인이 "내가 살겠다"고 해놓고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면 이 사실을 직전 세입자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흥신소라도 써서 사람을 붙여야 되느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정부 한편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칙을 개정해 '확정일자'를 열람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에 직전 세입자를 추가하자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확정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가 현 세입자와 집주인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국한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개인정보보호 등 논란이 거세게 일 수 있고 실효성 여부도 불분명해 결정될지 불확실하다.

묵시적 갱신 이후에 청구권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 연장되고 임대료도 못 올린다. 이때 세입자의 청구권이 살아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묵시적 갱신은 세입자 입장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아직 행사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지만, 집주인과 대화 도중 모호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엄정한 잣대가 없어 분쟁의 소지가 있다. 법 시행 이전에 새로운 세입자와 가계약만 했을 때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주택 매매거래에서는 가계약도 계약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많지만, 그렇다면 계약서가 없는 송금기록 정도로 이를 인정해야 할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무단 증개축 또는 개조하거나 고의로 파손한 경우, 임대인 동의 없이 인테리어 공사를 한 경우 집주인이 계약갱신권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한 조항도 논란거리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이선희 기자]

포토&TV

    실시간 주요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