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 한창인데 바이러스 이름 바꾼다고?

윤신영 기자 2020. 7.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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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전세계에서 170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발생시키며 유행하는 가운데, 바이러스 기초 연구의 중심에 서 있는 바이러스학계가 때아닌 '이름 논쟁'에 빠졌다.

혼란스러운 명명법을 개선해 바이러스의 분류를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새 분류 및 명명 체계를 올해 10월 학회에서 결정하자는 바이러스 분류학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주요 바이러스학회가 "코로나19가 심한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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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이러스학계, 때아닌 '이름 변경' 논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토론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전세계에서 170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발생시키며 유행하는 가운데, 바이러스 기초 연구의 중심에 서 있는 바이러스학계가 때아닌 ‘이름 논쟁’에 빠졌다. 혼란스러운 명명법을 개선해 바이러스의 분류를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새 분류 및 명명 체계를 올해 10월 학회에서 결정하자는 바이러스 분류학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주요 바이러스학회가 “코로나19가 심한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를 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바이러스 분류체계의 이름을 총괄하는 기구인 국제바이러스분류학위원회(ICTV)가 올 가을 바이러스 이름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명명 체계를 표결에 붙이자고 주장한 데 대해 바이러스 학계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현재 바이러스 명명법에 체계가 없다는 비판이다. 학자들은 바이러스 종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름을 붙이고 있다. 발견된 지역이나 숙주인 동물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일으키는 질병 이름을 쓰기도 한다. 길이에도 큰 제한이 없어 어떤 바이러스는 한두 단어로 돼 있는 반면 5,6개 단어로 된 긴 바이러스 이름도 존재한다. 일관된 규칙이 없다 보니 새로운 바이러스를 수시로 발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신종 발견 때마다 이름을 짓는 데 고충이 많다. 바이러스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데에도 불편하다.

이런 상황은 화학 등 다른 분야에서 수많은 물질에 체계적인 이름을 붙여 관리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화학의 경우 유기화합물처럼 매우 복잡한 화학물질이 다수 존재하고 매년 새로운 화합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전문가 단체인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가 정한 화학 명명법에 따라 기술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때문에 ICTV는 새로운 명명 체계를 제안했다. 바이러스 이름 길이는 두 단어로 제한하고, 첫 단어는 일반적인 생물 종 표기법처럼 속(종보다 큰 분류체계)을 표현하되 끝에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붙이고, 나머지 한 단어를 추가하는 안이다. 두 번째 단어에는 일반적 생물명처럼 라티어로 된 종 이름이 들어가거나 숫자 또는 글자가 들어가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예를 들면 현재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대신 '베타코로나바이러스 1' 등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ICTV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하고 올해 10월 이를 표결을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만약 이 명명법이 받아들여진다면 약 6500개의 바이러스 종이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바이러스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명명법을 바꿔야 하지만, 하필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큰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굳이 올해 이를 추진해야 할지 과학계 내에서도 반론이 나오고 있다. 

모든 학자들이 논문을 보고 동의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바이러스학회인 미국바이러스학회는 이달 9일 ICTV에 논평을 보내 이 이슈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호주바이러스학회는 이달 4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은 바이러스 종의 이름을 변경할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며 분류체계 변경 계획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라틴어를 사용하는 안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높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라틴어 철자에 익숙하지 않은데 굳이 따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ICTV의 위원장인 앤드루 데이비슨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 안은 2년 가까이 논의됐고 공유됐다”며 “하지만 적절치 않은 시기라는 점에는 공감하며 10월 회의 때 폭넓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현미경 사진이다. NIAID 제공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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