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6층 사람들 "성추행 방조? 난 들은 적 없다"

손병관 입력 2020. 7. 31. 19:42 수정 2020. 7. 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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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실 등 20명 접촉.. '침묵 모드'에서 입 열기 시작.. 모두 방조 혐의 부인
[기사 수정 : 31일 오후 10시38분]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은 성추행 방조 의혹에 대해 고소인의 호소를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청의 모습
ⓒ 이희훈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조사 또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방조 의혹에 대해 고소인의 호소를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고 유족 측의 요청으로 박 전 시장의 휴대폰 포렌식도 중단된 상태에서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고소인이 시장실에 근무하기 시작한 2015년 7월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서울시청 6층에서 근무한 공무원 20명과 접촉했다. 6층은 박 전 시장의 업무를 돕는 시장실, 행정부시장실, 정무부시장실, 정무수석실, 소통전략실, 정책보좌관실, 젠더특보실, 공보특보실 등이 모여있다.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3일 기자회견 이후 고소인이 박 전 시장의 성적 괴롭힘, 인사 고충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보 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6층 사람들'의 추행 방조 혐의를 주장해왔다. 성폭력상담소는 16일 보도자료에서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함. 번번이 좌절된 끝에 2019년 7월 근무지 이동 후, 2020년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다"고 전했고,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기억하는 내용만 해도 부서 이동 전에 17명, 이동 후에 3명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6층에서 근무하는 시장 보좌진들은 40~50명에 이른다.

<오마이뉴스>가 접촉했던 20명이 고소인 측이 지목한 20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고소인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했거나 시장 결재 때문에 수시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관계로, 최소한 참고인 조사가 유력한 인물들이다. 일부는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시장이 기용한 별정직과 공채 출신의 일반직이 모두 포함돼 있다.

사건 초기에는 취재에 잘 응하지 않던 이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고소인이 박 전 시장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그로부터 인사이동을 요청하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 또는 수사 국면에서는 엇갈리는 진술을 넘어서는 증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이 진행중이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가 중단됐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이 최근 분석 중단을 요구하는 준항고와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고, 30일 서울북부지법은 "준항고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휴대전화를 다시 봉인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의 핵심 발언을 추려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김주명(2017년 3월~2018년 7월 비서실장)
"고소인이 불편해하는 낌새를 못 느꼈고, 심지어 (2019년 7월 시장실을)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몰랐다."
-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아느냐?
"고소인과는 올해 3월까지도 통화를 하는 사이였다. 그(고소인)는 시장실 최장기 근무자였고, 내가 아는 '최고의 비서'였다. 이 정도만 얘기하겠다."

△ 오성규(2018년 7월~2020년 4월 비서실장)
"비서에게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비서실의 최고책임자인 나 같은 사람에게 직접 얘기를 했겠냐. 2019년 11월 14일 안부를 묻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후 내가 고소인에게 연락을 한 적도, 고소인이 내게 연락을 한 적도 없다. 지난 2월 시장실 데스크 여비서 2명을 순차적으로 바꿔야 할 상황이 발생했지만, 그때도 내가 고소인을 찾을 일은 없었다."

△ 박 전 시장의 핵심 참모 A씨(남)
"하루 한두 번은 시장실에 들어갔는데, 지금 같은 얘기가 나올 줄은 까맣게 몰랐다. 고소인이 얼굴을 찌푸리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없었다."

△ 고소인의 직속상관 B씨(남)
"고소인이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 고소인이 근무하는 동안 데스크에서 함께 일했던 여비서 2명은 계속 바뀌었다. 당사자가 요청하면 바꿔주는데 고소인은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 혹시 상사가 남자라서, 어려워서 얘기를 못한 건 아닌가.
"다른 직원들은 나가겠다고 해서 바꿔줬는데, 왜 그 직원(고소인)만 얘기를 안 했을까? 그 친구로부터 (부서 이동을) 요청받은 게 없었다."

△ 별정직 공무원 C씨(시장실 떠난 후에도 고소인과 가끔 연락하고 만남)
"고소인이 박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없다. 반대로 내 앞에서 자랑한 기억은 난다."

△ 일반직 공무원 D씨
"워낙 오랫동안 근무하다보니 박 전 시장이 고소인을 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맞다. 고소인도 근무기간 동안 서울시장의 비서로 일한다는 자긍심을 숨기지 않았다. 데스크는 9급이나 8급이 주로 맡아왔는데 7급으로 승진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 서울시 관계자(6급 이하 공무원 인사 담당)
"2월에 시장실로부터 (비서를 고소인으로 충원해달라는)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2018~2019년 서울시 행정1부시장)
"본부장 시절 박 시장의 결재를 기다리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고소인이 시장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밖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센스가 있었다.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고소인으로부터도 불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에서 28일 오전 서울시청을 출발해 국가인권윈회를 향해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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