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비리' 10년치 살펴보니..70%는 수사·기소 안 해

오효정 기자 입력 2020. 7. 31. 20:46 수정 2020. 8. 2. 16: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은 검사의 비리를 어떻게 수사했나, 오늘(31일)도 관련 보도를 이어갑니다. 저희가 지난 10년 치 '검사 징계' 사건을 모두 조사했습니다. 뇌물수수나 성추행처럼 중대한 사건이 50건 넘는데, 수사나 기소를 하지 않은 비율이 70%에 육박했습니다.

먼저 오효정 기자입니다.

[오효정 기자]

10년 치 징계건수 98건 중 성비위는 총 18건이었습니다.

대상은 여성 변호사나 여성 수사관, 실무관까지 다양했습니다.

후배 여성 검사에게 뽀뽀해달라고 말해 견책 처분을 받거나, '실무수습'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해 감봉이나 면직 처분을 받은 경우도 3건이 있었습니다.

음주운전은 11건이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음주운전을 저질러 세 번 징계를 받은 검사도 있었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검사실 안에서도 징계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조사를 받던 사람에게 폭언을 해 견책 처분을 받거나, 피의자에게 특정 변호사를 소개한 것도 3건이어서 정직이나 면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향응 접대나 뇌물 수수 등과 관련해 징계받은 건 28건입니다.

처분별로 나눠볼까요?

98건 중 견책이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감봉이 28건이었는데, 이 중 절반이 감봉 1개월이었습니다.

그다음은 면직과 정직, 해임 순이었습니다.

물론 사안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검찰이 무조건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판에 넘겨진 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까요.

우선 기소되지 않을 걸로 보이는 수준, 예를 들어 재산을 잘못 신고해서 징계를 받은 경우 등은 제외하고 56건을 살펴봤습니다.

취재진이 일일이 추적해 보니, 39건은 기소가 되지 않은 걸로 추정됩니다.

경중을 따지지 않고 사안으로만 나눠보면 향응접대나 뇌물 등으로 징계를 받은 28건 중 기소된 건 7건, 성비위로 징계받은 18건 중에선 5건이었습니다.

관보에는 견책부터 해임까지 5가지의 징계가 나오고, 그 아래 단계인 경고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또 비위를 저지른 뒤 징계 절차 전에 사직하면 관보에 관련 정보조차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 '간첩 조작' 담당 검사 불기소…진술만 듣고 "증거 없다"

[앵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수사했던 검사들 간첩이란 증거가 조작됐는데도 그 어떤 처벌도 안 받게 됐단 소식, 지난 달 전해드렸습니다. 어떻게 수사해서 이런 결론에 다다랐는지 저희가 더 확인을 해보니, 검찰은 이 검사들의 진술에 의존해 '증거 없음'으로 사건을 끝냈습니다. 단 한 번의 압수수색도, 통화내역 분석도 없었습니다. 담당 검사 중 1명은 아무런 제재 없이 최근 대형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먼저 신아람 기자입니다.

[신아람 기자]

2013년 12월 15일, 서울중앙지검 A검사실에 세 사람이 모였습니다.

A검사와 국정원 직원, 그리고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을 조작한 정보원이었습니다.

이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법원에 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이날 이른바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유우성 씨 사건의 공판을 담당했던 A검사는 2014년과 올해 4월 두 번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국정원에서 받은 증거가 조작된 줄 몰랐다는 주장을 검찰이 받아줬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확인해 보니 검찰은 A검사를 비롯해 담당 검사 2명의 진술에 의존해 불기소로 수사를 끝냈습니다.

압수수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통화내역을 확보하지도 않았고, 휴대전화와 업무용 컴퓨터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강제수사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유우성/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 검찰이 검사를 그런 식으로 조사했으면 대한민국 다른 사건도 그렇게 해야죠, 똑같이.]

A검사는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뒤, 바로 사표를 냈습니다.

최근 한 대형 법무법인으로 이직했습니다.

[유우성/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 (저는) 여동생 진술 하나를 가지고 9개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되고. 검찰 내에서 자기들 스스로 (두 검사를)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고.]

A검사의 사무실을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JTBC에서 나왔는데요, 혹시 이OO 변호사님 뵐 수 있을까 하고.) 안 되실 것 같다고 해서…]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개인 휴대전화 등은 시일이 지나 자료를 확보할 가능성과 필요성이 희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국정원 직원 등을 상대로 필요한 조사를 했다"고 전해왔습니다.

"국정원 관련자들과 검사들 사이에 진술이 상당히 달랐다"며 "검사가 쓴 휴대전화 통화내역 확보, 업무용 컴퓨터의 압수수색이 필요했다"고 지적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결론과는 정반대입니다.

수사는 물론 A검사와 함께 공판을 맡았던 B검사도 2018년 사표를 내고 대형 법무법인으로 갔습니다.

[양승봉/유우성 씨 법률대리인 : 자기들 조직기관에서 발생한 범죄잖아요. 더 냉정하고 엄정하게 조사해서 밝혀냈어야 하는데 그냥 덮어 버리니까. 덮어 버리니까 지나가 버리고.]

■ '검사 징계' 분석…만약 일반인이었다면

[앵커]

지난 10년간 검사가 징계를 받은 사건을 모두 분석한, 법조팀의 이지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세요.

어떻게 10년 치를 전부 조사하셨습니까?

[이지혜 기자]

정부에서 발행하는 관보에 검사의 징계 내용이 실립니다.

10년 치 관보를 2주간 뒤졌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당사자가 누군지는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징계를 넘어 수사, 기소로 이어졌는지는 대검찰청에 물었는데,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법원 검색 시스템으로 일일이 체크했습니다.

당사자와 목격자, 관계자도 최대한 접촉했습니다.

[앵커]

취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오효정 기자의 기사를 보니, 수사나 기소하지 않은 게 70%에 육박한다, 이렇게 하던데, 제 식구 감싸기 이렇게 봐야 하는 건가요?

[이지혜 기자]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면직, 다시 말해 검사를 그만두게 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 15건입니다.

단 2건만 기소했습니다.

[조영관/변호사 : 검찰은 그런 부분들을 필요한 경우에는 은폐할 수 있고 감출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솔직하게 검사도 지키지 않는 법을 다른 공무원들이나 시민들이 지키라고 얘기하는 자체가 면이 안 서는 것이죠.]

[앵커]

특히 뇌물수수 같은 것은 검사가 아닌 다른 일반인이었다면 이렇게 처분이 됐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지혜 기자]

뇌물죄는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28건 중, 기소는 단 7건뿐이었습니다.

성범죄, 요즘 처벌 더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18건 중 5건만 기소했습니다.

[앵커]

비리를 저질렀어도 처벌 없이 사표 쓰고 나가면, 또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죠.

[이지혜 기자]

검사들끼리 변호사로 일할 길을 터주는 게 아니냐, 이런 의심은 늘 있어왔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JTBC 법조팀의 '검찰개혁 시리즈' 보도는 이게 마지막인 건가요?

[이지혜 기자]

네, 그동안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인생이 뒤바뀐 시민들 이야기를 주로 보도했습니다.

생각보다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저희에게 제보를 해주시면, 찾아가겠습니다.

검사의 비리를 검찰이 과연 수사하는지, 이 부분도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지혜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유규열 / 영상디자인 : 김충현·박성현·강아람·최석헌)

※ 뉴스룸은 시민 여러분이 검찰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은 부당함에 대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전화 : 02) 751-6001 / E-mail : jebo@jtbc.co.kr / 카카오톡 ID : JTBCjebo

◆ 관련 리포트
법 위에 검사들?…검찰의 '검사 비위 처리' 추적해보니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232/NB11962232.html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