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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기대 못 미친 '중위소득' 인상

이혜인 기자 입력 2020. 07. 31. 21:16 수정 2020. 08. 0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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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68% 올려..4인 가구 월소득 146만3000원 이하 '생계급여'
코로나 경제난에 정부안 반영 ..기초생활보장계획은 논의도 못해

[경향신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말을 차단하는 투면 칸막이를 설치한 가운데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2.68% 인상된다. 중위소득은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 취약계층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146만3000원 이하면 생계급여, 195만원 이하면 의료급여, 219만4000원 이하면 주거급여, 243만8000원 이하면 교육급여를 각각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초 정부는 중위소득을 산정하는 통계 방식을 바꾸면서 내년부터 빈곤가구의 현실에 맞게 중위소득을 대폭 올리기로 했지만, 예상보다 인상폭이 낮아졌다. 코로나19로 마이너스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31일 보건복지부는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고 내년도 중위소득(4인 가구 기준)을 올해보다 2.68% 오른 487만629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위소득은 복지부 장관이 중생보위를 거쳐 결정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73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활용되며, 이를 기준으로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등 각종 복지급여 액수가 결정된다.

특히 이날 결정된 중위소득은 향후 몇 년간의 중위소득 인상폭이 연동되기 때문에 앞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중위소득을 산출하는 자료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활용했지만, 올해부터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소득통계로 기준을 바꿨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더 정확히 반영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할 경우 중위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인상폭이 급격할 경우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기본인상률을 먼저 정한 후 몇 년의 격차해소기간을 두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중위소득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이날 중생보위 회의에서는 16명의 위원 중 다수가 기본인상률 1.76%에 격차해소기간을 3년으로 잡자고 주장했지만, 기재부가 기본인상률 0.76%에 10년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재부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날 최종안은 기본인상률 1%에 격차해소기간 6년으로 결정났다. 이에 따라 향후 6년간 중위소득은 기본인상률 1%에 2%가량의 보정수치를 더해 결정된다.

위원으로 참여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면 가장 많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서라도 중위소득 인상의 필요성이 더 큰 상황”이라며 “인상폭이 지나치게 적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다만 남 교수는 가구 규모에 따른 경제 차이를 고려해 1인 가구의 중위소득 인상률이 4.02%로 다소 높게 결정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중위소득 결정이 지연되면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종합계획 초안에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되 고소득자는 제외하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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