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급여 부양의무제 폐지 대신 완화 예고

이혜인·김서영 기자 2020. 7. 3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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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계획 초안에 담겨..시민단체 "부양책임 가족에게 떠넘겨"
복지부 "아직 결정된 것 없어"..이달 10일 중생보위서 재논의

[경향신문]

31일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에서는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의 취약계층 복지정책 방향이 담겨있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021~2023년)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논의되지 못한 종합계획 초안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고소득·고재산자(연소득 1억원 또는 부동산 9억원 초과)를 제외하고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한다는 내용과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간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현재 가족으로부터 생계지원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 기준 때문에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규모는 약 90만명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주요 급여 가운데 교육(2015년)과 주거(2018년) 부문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전면 폐지된 상태다.

종합계획 초안을 접한 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저소득층은 아픈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가장 절박하다”면서 “가족과 단절됐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의 공격에 가장 크게 노출됐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앞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언급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그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안에는 ‘차상위 희귀난치·중증질환자 등에 대해 의료급여와 동일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 완화, 적용을 검토한다’는 내용 외에 구체적인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은 담겨있지 않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서 고소득·고재산자를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부적절한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면서, 부양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라며 “복지제도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2차 종합계획안에 생계·의료급여와 관련한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사실상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종합계획 초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초안 내용은 오는 10일 개최되는 중생보위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이혜인·김서영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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