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사상 첫 0%대

이기훈 기자 2020. 8.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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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도 2.72% 사상최저

은행 예금에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가 열렸다. 1억원을 은행에 예금해봤자 연간 100만원 받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은행 예·적금이 돈을 불리는 수단이 아닌, 있는 돈을 그저 안전하게 보관하는 '금고'에 그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대출 금리는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러니 주식·부동산으로 돈이 안 쏠릴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6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예금 금리는 0.88%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내렸다. 역대 처음으로 '1%대' 금리가 깨진 것이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상품 67.1%는 금리 수준이 0%대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까지 끌어내리면서, 예금 금리 역시 덩달아 내려간 것이다.

대출 금리도 일제히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권의 대출 금리는 평균 2.72%로 역대 최저로 집계됐다. 가계 대출 금리는 2.67%였다. 신용대출(3.33→2.93%), 주택담보대출(2.52→2.49%) 모두 내렸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4%포인트나 떨어졌다. 신용대출 금리가 2%대로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대출 금리가 유독 많이 떨어진 것은 정부가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자 신용대출을 끌어다 집 사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6·17 부동산 대책을 전후로 주택 매매·전세 거래가 증가했는데, 주택 거래와 관련해 신용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우량 차주 비율이 큰 편"이라며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차주 비율이 높아지자 전체 신용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은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8조1000억원 증가한 928조9000억원에 달했다. 역대 6월 최대 증가 폭이다. 더 늦기 전에 집이나 주식을 사자는 '패닉 바잉' 수요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낙 금리가 낮기 때문에 너도나도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다는 얘기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30일 14조2120억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평균(9조6788억원)보다 1.5배 규모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도 30일 기준 47조6458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8~2019년 평균 예탁금(25조~26조원)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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