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운전자는 서럽다..춘천서 하남까지 '원정 충전'

이상헌 2020. 8. 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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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보급 느는데 충전 인프라 걸음마
강원지역 471대, 충전소 삼척 1곳 유일
춘천시민, 하남까지 왕복 2시간 원정 가야
"평일엔 거의 세워두고 장거리 엄두 안나"
최근 강원도 삼척시에 문 연 수소차 충전소. 현재까지 강원지역에서 수소차 충전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사진 제공 = 강원도]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는 유철수씨는 주말마다 경기 하남에 간다. 두 달 전 수소차를 구입했지만 거주지 주변에 충전소가 없어 '원정 충전'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매주 왕복 2시간을 허비해야해 이만저만한 불편이 아니다.

그에겐 충전소의 긴 대기열도 스트레스다. 유씨는 "충전소에 도착해 많게는 1시간 정도를 기다린다"며 "충전소가 멀다보니 평일에는 차를 거의 세워둔다"고 한 숨 쉬었다.

동해시에 직장이 있는 용수준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얼마 전 직장과 20여분 거리인 삼척시에 수소 충전소가 문 열었기 때문이다. 이는 강원지역 유일 충전소다.

그래도 장거리 운전은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충전소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보니 먼 길을 떠났다가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그는 "다른 지역을 갈 때에는 미리 경로에 충전소가 있는지 검색해 본다"며 "차량은 만족스럽지만 아직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300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 지급하면서 강원지역도 수소차 보급대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충전소가 없어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강원지역 수소차는 6월 말 기준 471대다. 지역별로 춘천 209대, 원주 113대, 동해 2대, 속초 46대, 삼척 77대, 횡성 15대, 평창 1대, 철원4대, 고성 4대로 계속 증가 추세다. 올 해 목표 보급대수(누적)는 총 673대다.

그러나 수소 충전소는 시운전 중인 삼척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춘천과 원주, 속초, 평창에 충전소 건립이 추진 중이지만 오픈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하고 일부는 부지 선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강원지역에서 수소차가 가장 많은 춘천은 조만간 학곡리 시유지에 충전소가 착공할 예정이다. 보통 공사기간이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0월은 되야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 전까지는 경기 하남 등 수도권 충전소를 이용해야 한다.

속초와 평창 역시 연말은 되야 문 열 예정이어서 당분간 불편이 계속될 전망이다. 속초는 11월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고, 평창은 내달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연말에 문 열 예정이다.

원주의 경우 충전소 건립 계획은 있지만 아직까지 부지를 정하지 못했다. 수소 충전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수소충전소 구축사업 주민설명회에서도 폭발 등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다. 당시 일부 시민들은 "타 지역의 충전소가 개시되고 일정기간 운영해 안전성이 검증되면 그 때 사업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미 강원지역에서 수소탱크 폭발사고가 난 적이 있어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앞서 지난해 5월 강릉과학산업단지에서 수소저장 탱크가 폭발해 2명이 숨지고 6명이 심한 부상을 당한 바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도내에서 수소 폭발 사고가 난 적이 있어 반감이 심한 듯 하다"며 "현재 충전소 설치가 추진 중인 시군 외에 나머지 지역은 아직 설치 계획이 없는 상태다"고 전했다.

춘천지역의 한 수소차 운전자는 "지금은 보편화 된 LPG 역시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다"며 "내연기관이 전기차나 수소차 등으로 대체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하루빨리 인식이 변화하고 인프라 역시 크게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25년까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누적)하고 수소 충전소는 450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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