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경주마 학대 논란.."한국에 수출 안 해!"

박천수 2020. 8.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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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한 경주마 수출 기업이 한국에 말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에서 벌어진 '은퇴 경주마 학대 논란' 때문입니다.

맞고 또 맞고…은퇴 경주마의 '비극적 최후'

제주시 애월읍 도살장에 도착한 한 은퇴 경주마. 죽음을 직감한 듯 도살장에 들어가지 않으려 버팁니다. 그런 경주마를 향해 한 남성이 막대기를 휘두릅니다. 머리, 목, 몸을 닥치는 대로 때리길 수차례. 경주마는 결국 제 발로 걸어 도살장으로 들어갑니다.

도살장 안 일렬로 세워진 경주마의 머리를 향해 또 다른 남성은 총구를 겨눕니다. 도축된 말은 들것에 매달려 올라갑니다. 좁은 도축장 안에서 다른 말이 죽는 과정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다른 경주마, 겁에 질린 듯 뒷걸음질 칩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제주에서 벌어진 잔인한 경주마 도살 현장을 10여 개월 동안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캐나다 업체 "한국에 경주마 안 팔아"

지난 22일, 이 영상을 본 캐나다의 경마 산업 복합기업 '스트로낙 그룹'이 한국으로 경주마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트로낙 그룹이 동물보호단체 페타에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퇴역 경주마들에 대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우에 심히 충격을 받았다"며 "은퇴 경주마에 대한 학대가 중단될 때까지 한국에 대한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겁니다.

스트로낙 그룹은 "한국에서 은퇴 경주마가 보호받을 것이라는 확인 없이는 우리가 운영하는 '아디나 스프링스(Adena Springs)' 시설에서 번식된 경주마와 씨암말들이 한국으로 판매되는 것을 막는 규정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트로낙 그룹은 "우리는 잔인한 행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으며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동물 보호 방안에 대해 한국마사회와 협상을 할 의사를 열어두고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의 부의장 제이슨 베이커는 "한국 수출 방지 결정을 내린 스트로낙 그룹의 새로운 규정에 찬사를 보낸다"며 "한국 마사회는 화면속 작업자들을 즉시 기소하도록 해 더 큰 망신을 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마사회 "'스트로낙', 주거래 기업 아니다"

한국마사회는 스트로낙 그룹의 수출 중단 결정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책임 부분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마사회는 "스트로낙 그룹은 주거래 기업이 아니"라며 "실제로 이런 입장문을 냈는지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은퇴 경주마 학대 논란은 제주축협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해 5월 은퇴 경주마 학대 영상이 공개되며 전국적 공분이 일었고, 동물보호단체 페타와 국내단체 '생명체 학대 방지 포럼'은 영상에 찍힌 제주 축협 관계자 등 5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제주지방검찰청은 경주마를 잔인하게 도축한 제주 축협 관계자 2명에 대해서만 동물보호법 위반죄를 물어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고, 말을 때린 인부와 운송 기사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발해 생명체 학대 방지 포럼 등 국내 동물 단체들은 지난 10일 대검찰청 앞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박천수 기자 (parkc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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