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다오 역풍아"..'속수무책' 통합당의 고민

CBS노컷뉴스 최인수·송영훈 기자 입력 2020. 8. 2. 06:57 수정 2020. 8. 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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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속전속결', 통합당은 '무기력'
통합당, 원내 열세에도 장외투쟁 카드는 안 꺼내
기댈 곳은 '여론'과 민주당 향한 '역풍'
김종인 "국민이 만든 민주주의..선출된 권력이 파괴"
기록으로 남기는 통합당 "역사가 모두 기억할 것"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밀어붙이기에 '속수무책'이다.

민주당이 단독 상정해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곧장 공포, 시행됐다.

법안 상정부터 본회의 표결, 국무회의 통과까지 단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이 속전속결이라면 통합당은 속수무책인 셈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0일,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통합당이 수적으로 밀리기 때문"이라며 수적 열세를 토로했다.

원내에서의 열세를 토로한 통합당이지만 그렇다고 옛 자유한국당 시절의 '장외 투쟁' 카드는 꺼내 들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이 옛날과 다르다"며 "무조건 의원들이 투쟁한다는 것 자체가 능사가 아니며 장외투쟁은 최종적 수단으로 아직 그럴 단계까지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도저히 원내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할 때 (장외투쟁도) 고민은 하겠다"며 "다만 예전처럼 광장에 사람이 모여서 일방적인 연설을 하는 방식보다는 SNS나 지역별 전국 순회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합당이 기댈 곳은 '불어라, 역풍'이다.

김 위원장은 "의회가 국민의 뜻과 정반대되는 행태가 되면 자연적으로 외부에 반대 세력이 형성된다"며 "우리 국민이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전횡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국민이 만들었고 지금의 경제 번영도 국민이 참고 노력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일갈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장 벽에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글귀가 등장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대사를 인용해 '독주하는 거대 여당이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이자, 국민적 비판 여론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역사의 죄인' 프레임도 만들었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검찰총장·감사원장을 겨냥한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분열적 사고가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의정활동을 하라. 역사에 죄를 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통합당이 반대토론과 자유발언 등 기록을 꾸준히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명분을 축적할 시기라고 본 것이다.

민주당이 각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상정했을 때도 통합당은 강한 항의로 반대입장을 회의록에 남겼다. 퇴장 후에는 곧장 소통관으로 달려가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과 윤희숙 의원의 반대 토론.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한 31일 본회의에서도 표결은 거부했지만 조수진 의원과 윤희숙 의원이 나서 반대 토론을 펼쳤다. 특히 윤 의원은 "경제학자로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을 법이라고 만든 사람들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분노가 치민다"며 "이 법을 만드신 분들과 민주당은 우리나라 전세 역사와 부동산 역사,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인내의 시간'은 감당할 몫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지금 저희도 어렵다는 거 알지만 인내를 갖고 참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의 집무실에는 '인묵(忍默)'이라는 붓글씨가 붙어있다. '당장에 상대를 말로 꺾어 기세를 올려도 그 말은 곧 부메랑이 돼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해석이 따르는 성어인 인묵수렴을 줄인 말로, 주 원내대표는 "인과 묵 모두 '참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통합당 강경파 사이에서 장외투쟁에 나서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 지도부는 재차 선을 긋고 있다. 구태 답습, 빈손 회군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묘수는 아니라는 자체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길에서 외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결국 '나가봐야 유리할 게 없다'는 회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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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인수·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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