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신드롬' 통합당 강타.."당 미래 봤다""중진 뭐하나"

윤정민 입력 2020. 8. 2. 16:23 수정 2020. 8. 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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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석에서 특정 인물을 평가하거나 주변에 추천하는 걸 들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한번은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데 당에서 누가 적합한가’ 물었더니 ‘그 사람 있잖아, 잘하잖아’라더라. ‘그 사람’이 윤희숙이었다.”

최근 미래통합당 비대위 관계자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부동산 관련법에 대해 본회의에서 한 ‘5분 발언’이 연일 화제다. 실제 발언 시간은 4분 15초에 불과했지만 정치권에 깊은 파장을 일으켰다.

통합당에선 ‘윤희숙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칭찬이 이어졌다. 잠룡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통합당의 희망과 미래를 봤다”며 “우리가 정권을 다시 찾아오려면 윤 의원과 같이 품격ㆍ실력ㆍ헌신을 갖추면 된다”고 적었다. 장제원 의원은 윤 의원을 공격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론하며 “저희 당 윤 의원이 너무 뼈를 때리는 연설을 했나 보다”며 “문제를 차분하게 그리고 진정성을 담아, 미사여구없이 연설해서 국민이 크게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저서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분이 국토부 장관을 하면 부동산 벌써 잡았다”며 “당장 윤 의원의 책 ‘정책의 배신’을 주문했다”고 했고,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의원은 “청년들에게 ‘검사내전’보다 윤 의원의 ‘정책의 배신’을 읽으시라고 권한다”고 적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법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 의원의 주가가 오르면서 같은 당 초선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한 통합당 초선 의원은 “의석수가 적고 선수가 낮아도 얼마든지 여당에 ‘한방’을 먹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같은 초선으로서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 역시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니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역구 활동에만 매몰되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윤 의원 발언으로 다시 의욕들이 커지는 것 같다”며 “이후에 본회의 발언 신청도 늘어나고, 초선들 간 선의의 경쟁에 불이 붙을 것 같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전체 의원 103명 중 58명이 초선이다.

대여투쟁 방식을 두고 고민이 깊어가던 통합당의 향후 전략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 의원은 “상임위에서 속절없이 밀리다 보니 장외투쟁에라도 나서자는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단식ㆍ삭발ㆍ농성 같은 구태의연한 투쟁방식 보다 논리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효과가 있다는 걸 윤 의원이 보여준 것 아니냐”며 “향후 당의 기류를 바꾸고 지도부가 전략을 정하는 데에 참고가 많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의원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통합당 당직자는 “초선 의원 한 사람이 단 5분 만에 이만큼 효과적으로 여당의 실책을 드러냈는데, 당의 주요 인사들이나 힘 있는 중진들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냐”고 꼬집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의원은 거친 발언이나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 없이, 의회의 존재 가치를 국민에게 잘 보여줬다”며 “그동안 자기 정치에만 매몰되고 식상한 모습만 보여줬던 중진들이 이번 일을 통해 반드시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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