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덮쳐 4명 참변..노모 구하려던 딸 부부도 급류에 실종

최예린 2020. 8. 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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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강타한 폭우, 피해 속출
시간당 100mm 넘게 쏟아져 6명 숨지고 8명 실종
충주 소방대원 급류 휩쓸려..산사태로 양계장 붕괴
2일 충북 단양에서 소방대원이 폭우로 불어난 물 때문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지난주에 이어 주말 내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충청을 비롯한 경기·경북지역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리거나 토사에 깔려 6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폭우로 인해 충북·태백선 전 구간과 중앙선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다행히 집중호우에서 비켜난 남부지방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상반된 상황이 벌어졌다.

2일 호우특보가 발효된 충북 지역에는 이날 한때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경기와 강원, 경북 북부 지역에선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10~20㎜ 정도의 강한 비가 내렸다. 오후 3시 기준 기상청 집계를 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누적 강수량은 경기 안성(일죽) 286.5㎜, 여주(대신) 264㎜, 충북 단양(영춘) 284.5㎜, 제천 272.7㎜, 충주(노은) 186㎜ 등이다.

인명 피해는 주로 충북 지역에 집중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충북에서만 4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로 인한 사고가 많았다. 오전 10시30분께 충주시 앙성면 능암리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인근 축사의 가스가 폭발해 불이 나면서 ㄱ(56)씨가 숨졌고, 아침 8시께에는 충주시 엄정면 웃세고개길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70대 여성이 숨졌다. 아침 6시18분께 제천시 금성면 한 캠핑장에서도 40대 남성이 토사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틀 동안 286.5㎜의 비가 내린 경기 안성에서도 인명 피해가 났다. 이날 아침 7시10분께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의 한 양계장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와 흙더미에 깔렸던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산사태 경보가 발령된 안성시에서는 모두 2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계곡에 놀러 갔던 초등학생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1일 오전 11시께 경북 영덕군 달산면 옥계계곡의 잠수교 부근에서 가족과 물놀이를 갔던 초등학생(13)이 계곡물에 휩쓸려 숨졌다. 경북 영덕소방서 119구조대는 2일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전날 내린 폭우로 잠수교 위로 물이 흘러갈 만큼 계곡물이 불어난 상태였다”며 “물놀이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계곡 주변엔 많은 텐트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2일 오후 충북 충주시의 한 도로가 폭우로 유실된 모습. 연합뉴스

앞서 1일 서울 관악구 도림천에서는 급류에 휩쓸린 80대 남성이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날 새벽 2시께 강원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의 한 주택에 토사가 덮쳐 안에서 자고 있던 할머니(81)와 손녀(11)가 방에 갇혔다가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급류에 휩쓸려 사람이 실종되는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아침 7시41분께에 충북 충주시 산척면 남한강 지류인 영덕천 부근에서 소방대원 ㄴ(29)씨가 산사태 사고 현장에 가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오전 11시50분께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 어상천에서 노모를 구하려던 딸과 사위가 함께 물에 떠내려가는 등 충북에서만 7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음성군 감곡면 사곡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50대가 실종됐다가 인근 낚시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천 범람 등으로 인한 주택 침수 피해도 컸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과 삼성면에서는 주변 저수지와 하천 범람 위기로 651가구 1230여명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경기 여주시 청미천의 수위 상승과 이천시 율면 산양저수지 붕괴 등으로 64명의 주민이 대피한 상태다. 일부 구간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선로가 유실돼 충북·태백·중앙선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영동선도 일부 구간에 토사가 쌓이면서 동해~영주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중부지방과 달리 일찍 장마권에서 벗어난 남부지방은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부산과 일부 영남 지역에는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그 밖의 남부지방과 제주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제주와 남부지방에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반대로 장마전선이 자리한 중부지방에는 더운 수증기가 도화선이 돼 연일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예린 최상원 김기성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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