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폭염, 한쪽은 폭우..범인은 '시베리아 이상고온'

김한솔 기자 2020. 8. 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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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8월 장마'..기후변화 나비효과인가
중위도 기압 배치 변화, 찬 공기 머물기 좋아진 한반도
정체전선이 북태평양 고기압에 쉽게 안 밀려 '긴 장마'

[경향신문]

부산 해운대 ‘물놀이’ 남부지방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여주시 ‘물난리’ 2일 경기 여주시 점동면 원부리에서 한 가족이 침수된 농경지 사이를 걸어서 대피하고 있다. 여주 | 권호욱 선임기자

장마가 길어지고 있다. 기간뿐 아니라 내리는 비의 강도도 세지면서 곳곳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던 ‘마른 장마’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장마가 먼저 끝난 남부지방에서는 곧바로 33도 이상의 무더운 날씨가 시작됐다. 국토의 절반에는 호우특보가, 절반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6월24일에 시작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부지방의 장마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밝혔다.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충청 북부, 경북 북부에는 이날도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당초 7월 말쯤 끝날 것으로 관측됐던 한반도의 장마가 길어진 가장 큰 원인은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온이 매우 낮은 곳으로 꼽히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은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6월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고온으로 인한 산불도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이 중위도 기압 배치를 바꾸면서 한반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우랄산맥과 중국 북동부에 고압대가 발달해 동서 흐름이 느려지면서 우리나라 주변에 찬 공기가 위치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고 밝혔다.

장마는 따뜻하고 습한 성질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와 정체전선(장마전선)을 북쪽지방으로 밀어올리면서 끝난다. 하지만 한반도에 찬 공기가 머물기 좋은 조건이 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크기는 평년과 비슷하다. 원래는 이미 올라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해 정체전선이 제주도 남쪽 해상~남해안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제주도의 장마 기간도 역대 가장 길어졌다. 제주도는 지난 6월10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이어졌다. 기상관측이 확대된 1973년 이래 가장 긴 장마 기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서히 북상하면서 그 영향권에 든 남부지방에는 곧바로 폭염이 시작됐다. 현재 제주도와 남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특히 가장 긴 장마를 끝낸 제주도는 지난달 28일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올랐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과 그에 따른 기압 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의 근본적 원인은 기후변화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한반도의 단기 온난화에 따라 폭염일수, 열대야 일수, 여름일수와 같은 고온 관련 극한 지수는 증가”하고 “강수량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호우와 같은 극한 강수현상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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