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기업 자산 매각 코앞인데..손놓은 한·일 '위기의 8월'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0. 8. 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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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제철 주식 압류 명령 송달 기한..절차 진행 가능
양국, 대화 노력보다 충돌 대비만..일본 "보복 방향 정했다"
'한국 G7 회의 참석 반대' 등 악재 줄이어 관계 더 악화될 듯

[경향신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강제동원 기업의 자산 매각 및 현금화 절차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한·일 양국 모두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일관계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현금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제는 현금화 이후 양국 충돌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을 위한 일본제철(신일철주금) 주식 압류명령의 공시송달 기한은 8월4일이다. 4일 0시부터 일본제철이 보유한 포스코와 한국 내 합작법인인 PNR 주식에 대한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압류명령은 일본제철에 전달된 것으로 간주된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송 상대방에게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후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한 제도다.

4일부터 현금화가 곧바로 이뤄지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제철이 항고하는 절차가 있는 데다 압류명령이 확정된다 해도 주식 감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간적 여유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일 양국 모두 이 기간 동안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없고 현재 이와 관련해 논의가 진행 중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현금화를 막기 위한 노력보다 현금화 이후를 주목하며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실제 현금화가 이뤄지면 이에 보복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는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인 보복 조치로 금융 제재, 관세 인상, 비자 발급 제한, 주한 일본대사 귀국 조치 등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일본 기업과 개인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것들이어서 쉽게 꺼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로 맞대응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역시 쉽지 않다. 한 일본 전문가는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응 카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양국 정부가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는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8월에는 양국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국제무역기구(WTO)는 한국이 지난 6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제소를 재개하면서 요청한 분쟁처리소위원회(패널) 설치를 지난달 29일 결정했다. 패널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1심 재판부’ 역할을 하는 기구여서 한·일 무역분쟁은 본격적으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시송달 효력이 4일부터 발생하는 데 이어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국내에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종전(패전) 기념일인 15일도 고비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기념사가 있을 예정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양국관계 해빙을 위한 우호적인 메시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일본은 최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마와 한국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등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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