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초만에 수로 빨려들어가..단양 모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박진호 2020. 8. 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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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논에 수로 있는지 알았더라면.."
맨 몸으로 하천 뛰어들려는 오빠 어렵게 말려
2일 오전 11시 55분께 충북 단양군 심곡리에서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단양군 등은 "이날 밭 배수로의 물길을 내던 A(72)씨가 급류에 휩쓸리자 이를 본 딸과 딸의 지인이 A씨를 구하려다 함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온 가족이 오랜만에 휴가를 맞춰 다 같이 고추 따기로 했는데….”
2일 오후 70대 노모 A(72)씨와 딸 B(49)씨 등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한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 하천변. 현장에서 만난 A씨의 넷째 딸 C(47)씨는 “비 피해를 보러 간 엄마가 미끄러져 논으로 떨어지자 언니(B씨)가 ‘엄마’하고 소리치며 뛰어들고, 뒤이어 언니의 지인도 뛰어들었다”며 “그 뒤 5초도 안 돼 3명이 사라졌다.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아 반대쪽 하천을 봤더니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당국과 가족 등에 따르면 노모 A씨와 딸 B씨, 그리고 B씨의 지인(54세)은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집 앞 논에서 사고를 당했다. 당시 논에는 성인 1명이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의 수로가 있었는데 이들은 논에 빠진 뒤 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휩쓸려가며 실종됐다.

논으로 떨어진 노모 A씨와 딸 B씨, 딸의 지인이 하천으로 빠져나가 급류에 휩쓸린 원인이 된 수로 . 박진호 기자


C씨는 “당시 논에 물이 고여 있어 수로가 있는지 생각도 못 했다”며 “3명이 빠져나간 뒤 논에 고여 있던 물이 함께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엄마가 고개를 숙인 채 떠내려가는 것이 보이는데 잡을 수 없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울먹이며 “오빠가 차를 타고 하류 쪽 다리까지 가서 엄마를 구하겠다고 뛰어들려는 것을 어렵게 막았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등에서 사는 C씨 남매(1남 4녀)는 오랜만에 다 같이 부모님을 보기 위해 휴가를 맞춰 모였다가 이번 일을 겪었다. 실종된 B씨는 청주에 살면서 서너 달에 한 번은 부모를 보기 위해 심곡리를 찾았다고 한다. C씨는 “물살이 너무 강해 어려움이 많은 건 알지만, 내일은 꼭 엄마를 찾았으면 한다”며 울먹였다.

소방당국은 이날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 현장에 구조대원 등 67명을 투입해 오후 7시까지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사고지역 하천은 수량이 많고 물살이 강해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3일 실종자 수색 작업은 오전 7시에 재개될 예정이다.

단양=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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