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전세대출 집주인 동의 논란, 정부의 한가한 해명

권화순 기자 2020. 8. 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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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임대차3법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임대차법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전세대출로 ‘불똥’이 튄 셈이다. ‘속전속결’ 법 통과에만 힘을 쏟았던 정부도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전세대출 보증제도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진화에 나섰다. 지난 31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전세대출 증액을 위해 임대인(집주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드시’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많은 언론들은 이 자료를 근거로 “집주인 동의가 필요없다”고 보도했다. 사실일까.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을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6년 11월 ‘전세자금대출 취급 관련 소비자에 대한 안내 강화 방안’이라는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다. 금감원은 자료를 통해 전세대출시 집주인의 ‘동의’가 왜 필요한지 상세히 안내했다.

자문자답 형식으로 ‘임차인의 주요 궁금증’을 만들어 “왜 집주인(임대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은행이 돌려받을 전세금을 보고 전세대출을 해 주는 것이니 나중에 세입자가 이사를 가거나 하면 집주인은 전세금 중 세입자가 대출받은 것만큼은 은행에 주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확인)을 얻는 것”이라고 자답했다.

금감원이 이 자료를 낸 이유가 있었다. 당시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대출이 급증(지금 상황과 똑같다)했는데 세입자들이 집주인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 금감원 민원이 많았다.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거나 “서명하지 않겠다”는 집주인 사례가 금감원 자료에도 담겼다. 금감원은 집주인이 직접 금융기관에 방문해 ‘질권설정승낙서’ 서명을 받는 상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는 ‘신규’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에 대한 설명이지만 전세대출을 증액하는 경우에도 집주인 동의가 똑같이 필요하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금을 증액하는 것은 신규 대출과 같기 때문에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은행은 대출상담을 할 때부터 집주인의 동의나 승낙이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실제 최종 단계에서 집주인의 동의가 없으면 대출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주인 동의 없는 대출을 했다간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자료에도 “임대인이 전화에 응하지 않으면 대출이 거절된다”고 안내돼 있다. 집 주인 통지나 동의 없이 전세대출이 가능한 주택금융공사 상품을 제외하곤, “집주인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는 정부의 설명은 법상 문구일 뿐 실제 돈이 오가는 현장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증액되는 임대료가 크지 않아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신용대출 같은 다른 대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계약갱신권을 무력화 하려는 집주인의 의도를 수수방관하겠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악의적’인 집주인은 임대차분쟁조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이야기 역시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임대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대출 문제를 정부가 놓쳤다는 점이다. 전세대출 제도에서도 집주인-세입자간의 갈등은 빈번하다. 신규계약을 하든, 갱신계약으로 증액을 했든 집주인의 전세대출 거부로 곤란에 빠진 세입자가 적지 않다. 전세계약을 할 때 세입자에게 “전세대출을 받지 않겠다”는 특약을 요구하는 집주인도 있다.

정부가 31년 만에 임대차법을 어렵게 개정한 이유는 세입자의 권리 강화다. 전세대출에서도 세입자의 ‘대출받을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데 정부는 민법 조항을 들어 “법상 반드시 집주인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한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울 전셋값은 57주 연속 상승했다. 7개월 여 만에 주간 상승폭이 최대로 확대됐다. 강북 마포 전셋값이 10억원을 돌파해 대출 없이는 전세살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집주인의 확실한 동의를 받아 민원 발생을 최소화 하려는 은행, 신용 기반이 아닌 담보가 필요한 보증제도, 임대차법과 전세대출을 별개로 보고 싶어하는 정부 모두 변해야 한다. 정부는 임대차3법에 연동해 세입자의 “대출받을 권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말을 따라 하자면, 그래야 임대차3법이 제대로 잘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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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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