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분의 1 확률’ 흰 참새 형제는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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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지인으로부터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 인근에 흰 참새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로 둘러싸여 몇 채 남지 않은 기와집의 용마루와 담벼락 위에 참새와 집비둘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약사천 건너편 공원에는 바위에 먹이를 뿌려 놓고 흰 참새를 촬영하는 사진인들이 모여 있다.
약사천 주변 기와집엔 참새 3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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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증 아닌 돌연변이 일종 ‘루시즘’, 동료와 잘 어울려…춘천시민 사랑 듬뿍
7월 21일 지인으로부터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 인근에 흰 참새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로 둘러싸여 몇 채 남지 않은 기와집의 용마루와 담벼락 위에 참새와 집비둘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약사천 건너편 공원에는 바위에 먹이를 뿌려 놓고 흰 참새를 촬영하는 사진인들이 모여 있다.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거나 지속적으로 쫓아다니지 않아도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러운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람이 새를 따라 다니는 것은 추격당하는 새에게 매우 큰 심리적 긴장과 불안, 위협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선 흰 참새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약사천을 넘어 터전인 기와지붕으로 날아드는 흰 참새가 보인다. 흰 참새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다. 매우 드문 일이다. 흰 참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 봄부터였다고 주민들이 이야기한다.
색다른 색깔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흰색 동물은 상서롭다고 알려져 있어 동네 사람들은 매우 좋아하는 분위기다. 산책하던 사람들도 흰 참새가 신기한 듯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고 촬영한다.
예부터 우리 조상은 흰색 동물이 나타나면 좋은 일로 연관시키는 풍습이 있었고 그 생각은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흰 참새는 일반 참새보다 확연히 귀여워 보인다.
흰색 동물은 드물게 나타나는 백색증(알비노)인 경우가 많다.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멜라닌 색소가 덜 생겨 털이 희고 눈과 피부는 혈액이 비쳐 붉게 보인다. 그러나 흰 참새는 백색증과 달리 눈 색깔이 일반 개체와 같아 루시즘으로 보인다.
루시즘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기는데 부분적이거나 불완전한 색소 결핍 현상을 보인다. 100만 마리 중 한 마리꼴로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흰 참새 둘이 이곳저곳을 사이좋게 돌아다닌다. 형제로 추정되지만 부부 같은 느낌도 든다. 낯선 색깔이어서 왕따당하기는커녕 일반 참새에게도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용마루의 좋은 구멍을 찾기 위해 서로 자리다툼을 한다. 용마루의 틈은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그늘막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번식 장소로도 쓰인다.
참새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친근한 새다. 항상 집 주변에서 ‘짹, 짹’ 소리로 아침을 열고 저녁을 알린다. 특히 저녁에는 하루의 일과를 함께 이야기하듯 더 많이 재잘거린다.
나무 위보다 땅바닥에서 주로 생활한다. 나무에서 짧은 거리를 땅으로 내리쏘듯이 나는 것이 참새다. 나뭇가지 위에서도 통통 뛰듯이 이동하며 가냘픈 풀잎에서 줄타기하고 혹은 담벼락에 붙는 재주도 있다.
약사천 주변 기와집엔 참새 3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룬다. 예전엔 많은 무리가 터를 잡고 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파트가 주변에 들어서면서 참새에게 가장 큰 타격은 살 곳이 없어진 것이다. 몇 채 남지 않은 기와집이 참새들의 유일한 터전이 되었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았는지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 자연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늦은 저녁이 되자 참새들이 안식처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흰 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소나무 가지 위로 날아든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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