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어지는 濠·中 덕?..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흑연' 中 독점 깨지나

연선옥 기자 2020. 8.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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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흑연 생산 60% 넘게 中 독점… 濠 업체 속속 흑연 생산
국내 기업, 공급망 다변화에 관심…삼성SDI, 호주 업체와 공급 계약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 호주가 코로나 원인 규명, 홍콩 사태 등 여러 사안을 두고 중국과 부딪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외교적 역학 관계가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예상하지 못한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주 업체들이 흑연 생산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상당한 독점력을 가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호주 업체들이 흑연 채굴·가공 분야에서 중국 광산에 도전하고 있다"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이 광물이 더이상 중국의 독점적 통제 아래 있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공급망 다양화에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전지용 흑연 수입의 90%를 일본에 의지했지만 중국이 전지용 흑연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이 싼 중국산 수입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지용 흑연의 점유율은 80%까지 높아졌다.

중국은 브라질에 이어 가장 많은 흑연이 매장된 국가로, 전 세계 흑연 생산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인조흑연 기술력을 갖춘 상하이산산과 대규모 천연흑연 광산을 보유한 BTR이 음극재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 자원기업 에코그라프는 탄자니아 광산에서 채굴한 흑연을 정제하는 공장을 2022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연간 1만t의 흑연을 생산해 독일 티센크루프에 공급한다. 흑연 1만t은 전기차 37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에코그라프는 한국과 일본 기업과도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코그라프의 앤드류 스핑크스 이사는"생산 과정에서 불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중국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흑연을 생산한다"며 "기업의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소버린 리스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자원기업 시라리소시스는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흑연 정제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모잠비크에서 채굴한 흑연을 자동차용 2차전지 음극재용으로 정제해 미국, 유럽 화학업체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지리적 다양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삼성SDI(006400)는 호주 소재업체 노보닉스로부터 인조흑연을 공급받기로 했는데, 이 계약의 핵심은 삼성SDI가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로이터통신은 "노보닉스가 2020년 10월부터 연간 500t의 흑연을 삼성SDI에 납품하기로 했다"며 "공급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에 들어가는 음극재의 핵심 소재로, 배터리 수명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흑연은 자연에서 채굴되는 천연흑연(natural graphtie)과 석탄·석유 부산물을 2500℃ 이상 열처리해 만드는 인조흑연(artificial graphite)으로 분류되는데, 열처리를 통해 만드는 인조흑연은 천연흑연보다 결정구조가 안정적이라 리튬이온 충·방전이 반복돼도 결정구조 변화가 작다. 인조흑연으로 음극재를 만들면 배터리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열처리 과정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인조흑연이 들어간 배터리는 더 비쌀 수밖에 없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가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수요는 모두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글로벌 흑연 시장에 호주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흑연을 구매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일본 업체는 "호주 업체가 흑연을 생산하는 것은 중국 아닌 국가에서 새로운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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