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출에 희비 엇갈린 에릭슨·노키아 "화웨이 빈자리, 우리가"

장우정 기자 2020. 8.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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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유일하게 외산업체로 5G계약 따낸 에릭슨, 고배 마신 노키아
코로나 덮친 2분기, 에릭슨은 매출 지켰고 노키아는 두자릿수 감소
화웨이 주 매출처 유럽서도 ‘反화웨이’ 분위기 확산… 현실화 주목
8월1일자 새 사령탑 맞은 노키아, 2위 에릭슨과 점유율 접전 벌일 듯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화웨이 움직임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통신장비 업계 2위 에릭슨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올린 반면 3위 노키아는 매출 면에서 약간 부진한 성적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4~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본격 확산으로 각국 통신사들의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가 지연된 가운데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중국에서 두 회사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미국과 그 동맹국뿐 아니라 ‘화웨이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시장에서도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배제·제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고, 에릭슨·노키아 모두 "화웨이를 대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식 밝히고 있다. 특히 노키아는 8월 1일자로 새 사령탑을 맞은 상황이어서 어떤 식으로 화웨이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5.7%로 1위를, 에릭슨과 노키아는 각각 24.6%, 15.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삼성전자는 13.2%로 노키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 노키아, ‘중국 수주 제로’로 매출 줄고 수익성 개선

노키아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2분기에 50억9200만유로(약 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어든 것이다. 대신 영업이익은 1억7000만유로(약 2300억원)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임기 마지막날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하게 된 라지브 수리 노키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분기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중국시장에서의 급격한 매출 감소 때문이었다"면서 "저마진 사업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통해 수익성은 개선됐으며, 코로나19로 줄어든 분기 매출은 미래로 연기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슨과 함께 외산업체로 이름을 올리던 노키아는 올들어 ‘수주 제로’에 머물고 있다. 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이 진행한 약 31조원 규모의 올해 5G SA(단독 규격) 장비 주요 공급업체로 현지업체인 화웨이, ZTE가 35.9%씩, 중국 다탕이 10.3%를 각각 받았고, 에릭슨이 18%가량을 받았다. 차이나모바일도 전국 23만여개의 기지국을 화웨이(57.25%)에 몰아줬다. ZTE(28.68%), 에릭슨(11.45%), 다탕(2.62%)이 순차적으로 물량을 배정 받았다.

이에 따라 노키아보다 먼저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에릭슨은 2분기 매출액 556억크로나(약 7조원), 영업이익 39억크로나(약 5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인데 이 기간 코로나가 확산했던 걸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 시장의 5G 계약으로 동북아시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고,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은 전체 1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북미지역에서도 네트워크부문이 강세를 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두 회사는 화웨이 장비를 통해 수집된 각종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 따라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에릭슨과 노키아 모두 각각 스웨덴, 핀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중립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점, 오랜 업력으로 기술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다. 현재 기준 에릭슨과 노키아의 5G 계약건수는 각각 99건, 83건이다. 다만 화웨이는 이런 보안 관련 각종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 믿었던 유럽마저 속속 ‘화웨이 지우기’

최근 보안 유출 우려로 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 결정을 내린 영국은 통신기업들의 장비 교체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2027년까지 화웨이 장비를 100% 제거할 것을 지시한 상황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영국 BT는 현재 화웨이 비중이 3분의 2, 노키아 3분의 1이고, 보다폰은 화웨이 3분의 1, 에릭슨 3분의 2 비중이어서 화웨이 완전 배제 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감정보가 아닌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화웨이 장비 도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던 프랑스 역시 최근 ‘반 화웨이’ 대열에 가세했다. 프랑스 정부 측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되도록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유럽 시장은 화웨이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이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는 유럽을 포함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2060억위안(약 3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5067억위안)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이다. 화웨이가 미국의 압박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유럽에서 시작될 5G 인프라 투자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화웨이가 중국 외 첫 5G 부품공장 부지로 프랑스를 택한 것도 유럽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이제 막 5G망 구축을 위해 장비 테스트 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방국들의 화웨이 배제 결정이 다른 국가의 의사결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8월1일부터 노키아를 이끌게 된 페카 룬드마크 신임 회장 겸 CEO가 어떻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지 에릭슨과의 경쟁구도를 지켜보는 게 관전포인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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