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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퇴 검역 탐지견 페브·천왕은 없었다.. 분양 공고는 쇼 였나

고은경 입력 2020. 08. 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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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6월 26일 은퇴 검역 탐지견 8마리의 분양 공고를 내고 한달 뒤인 7월 27일 입양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한편 검역본부 측은 "치료비 등을 민간단체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기관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고 판단해 이번 분양 공고에서 5마리가 제외됐다"며 "치료를 거친 후 하반기에 추후 분양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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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본부,  건강상 이유로  8마리 중 3마리만 분양
동물단체 "심의위서 벌써 합의했는데 이해 안 간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공항 검역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뒤 동물 실험에 동원된 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샀던 천왕이(왼쪽)와 페브의 분양 공고를 냈다가 다시 분양을 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은퇴한 검역 탐지견들을 무상분양 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8마리 중 5마리를 내보내지 않기로 해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분양 대상에는 2013년부터 5년 동안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동물실험에 동원된 것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샀던 복제견 ‘천왕이’와 ‘페브’도 빠져 있다. (기사보기: ☞은퇴 탐지견 천왕이와 페브 입양 가족 찾는다는데…)

3일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6월 26일 은퇴 검역 탐지견 8마리의 분양 공고를 내고 한달 뒤인 7월 27일 입양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공식 발표 대신 3마리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입양자를 확정해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관세청 등 다른 기관에서 은퇴 사역견들의 입양자를 공식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하는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건강에 문제"... 분양 공고 8마리 중 3마리만 세상 밖으로

검역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은퇴 후 새 가족 찾기에 나선 8마리.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 캡처

이번에 검역본부 밖으로 나온 3마리는 노령견인 미키(12세·암컷)와 복제견 화요일(5세·수컷), 화성이(7세·수컷)다. 미키는 측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을 앓고 있으며 복제견인 화요일과 화성이는 왼쪽 뒷다리에 전방십자인대단열이 확인됐다. 이 셋은 8마리 중 비교적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으로 분류된다는 게 검역본부의 설명이다.

반면 사지운동 부조화에 뇌척수 질환이 의심되는 천왕이(7세ㆍ수컷)와 아래 턱에 물혹 배농치료를 받고 있는 페브(8세ㆍ수컷), 특발성 간질 증상으로 약을 복용 중인 토요일(5세ㆍ수컷)과 수요일(5세ㆍ수컷), 노령견 샤크(14세·수컷)는 입양 신청자가 있었음에도 분양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검역본부는 5마리를 분양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건강 문제를 들고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17명이 입양 신청을 했고, 서류 심사를 거쳐 8명에 대해 실사를 나간 후 8마리에 대한 검강 검진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진 후 5마리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 분양에서 제외하고 최종 3마리를 분양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동물단체 "분양 대상은 심의위원회가 결정,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에 입양 가정을 찾은 은퇴 탐지견 미키(왼쪽)와 화성이. 독자 제공

하지만 입양대상 선정은 검역본부와 다수의 동물단체가 지난해 10월 투명한 탐지견 은퇴 심사를 위해 구성한 ‘심의위원회’에서 일반인에게 분양이 가능하다고 합의하고 통과시킨 결과다. 더구나 분양 공고를 낼 때도 입양을 많이 보내야 한다는 이유로 공고에 건강 상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건강 상태가 급속히 나빠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분양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동물단체와 입양 신청자들의 의견이다(기사보기: ☞ 나라 위해 일했는데..."은퇴 검역 탐지견 대부분 건강 이상").

특히 천왕이와 페브는 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다가 은퇴 후 서울대 수의대에서 실험에 이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둘을 구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0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그러면서 두 마리는 다시 검역본부로 돌아올 수 있었고 심의위원회를 거쳐 입양 기회까지 얻었으나 결국 검역본부의 결정으로 무산된 것이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평생 의료비 등을 지원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고 언론도 검역본부의 무상분양 사실을 알려왔다”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분양할 의도가 없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 입양 신청자는 “검역본부가 OO은 여기서 관리하는 게 낫다면서 분양 대상에서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가정으로 와서 보살핌을 받는 게 나은 거 아니냐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결국 페브와 천왕이를 포함한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복제견들은 나오지 못했다”며 “이럴 거면 심의위원회는 왜 만들었나. 꼼수를 부리기 위해 만든 허수아비 꼭두각시였냐”고 비판했다.

한편 검역본부 측은 “치료비 등을 민간단체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기관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고 판단해 이번 분양 공고에서 5마리가 제외됐다”며 “치료를 거친 후 하반기에 추후 분양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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