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기초질서가 화를 키웠나..강남역 일대 꽉 막힌 빗물받이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0. 8. 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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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침수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강남역 일대 물난리 / "반복된 물난리"..제 기능을 상실한 빗물받이 '침수 피해 키워' / 강남역 일대 물난리 후에도 빗물받이 여전히 고무판으로 덮여 있어
지난 1일 역류 사고가 있었던 서울 강남역 11번 인근 모습. 3일 오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한 맨홀 주변에는 안전을 위해 모래주머니가 쌓여있다.
 
“빗물이 콸콸 넘쳐도 고무판 안 치워. 귀찮거든”

3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강남구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상가 주차장에서 만난 한 경비원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일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역 일대가 또 물바다가 됐다. 강남역 11번 출구 옆 맨홀에서 흙탕물이 분수처럼 쏟아지면서 SNS에는 ‘물바다’로 변해버린 강남역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강남역은 2010년과 2011년에도 국지성 집중호우로 침수됐었다. 서울시가 침수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물바다는 반복되고 있다.

이날 강남역 주변에는 안전을 위해 관할구청이 보호천막과 모래주머니 설치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빗물은 경사면을 타고 흐르면서 유속은 빨라졌고 모래주머니 주변에 빗물이 고이기도 했다.

강남역 일대 인근 상가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로 꽉 막혀 있는 모습.
강남역 일대 인근 상가 빗물받이는 각종 고무판으로 덮여 있는 모습.
물바다가 된 강남역 일대 빗물받이 관리도 엉망이었다. 강남역 일대를 둘러보면 빗물받이를 살펴보았다. 강남역 일댄 건물 주변 빗물받이는 침수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덮개로 덮여 있었다. 아예 빗물받이 위를 두꺼운 고무판으로 덮여놓은 곳도 있었다.

기본적인 침수 대비 장치 빗물받이는 2개 중 1개는 고무판이나 각종 덮개로 덮여 있었다. 흘러넘친 빗물이 강남역 일대 도로는 물론 움푹 파인 빗물받이 고무판 위에 고여 있기도 했다.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빗물받이에는 각종 오물과 함께 퇴적물 쌓여 빗물이 넘치기도 했다.

오락가락한 폭우 탓에 건물 배수관을 타고 흐른 빗물은 빗물받이 흘러들지 못하고 좁은 골목길로 넓게 펴져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발이 젖을까 흐르는 빗물을 위태롭게 피해 다녔지만, 물이 고여 있거나 유속 탓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신발 앞코를 타고 흘려들어 발목까지 흠뻑 젖을 정도였다. 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정차 된 차량 탓 물길을 피하기는 어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날 대로변 빗물받이는 비교적 깨끗이 청소됐지만, 강남역에서 역삼역 방향의 상가 지역 골목길 빗물받이는 각종 쓰레기봉투와 세움 간판으로 막고 있었다.

강남역 일대 인근 상가 빗물받이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모습.
 
건물 사이 흡연구역 주변은 빗물받이는 힘줘 꾸겨 넣은 듯한 담뱃갑에 눈에 띄었고, 담배꽁초가 담긴 음료수병에는 빗물과 함께 섞여 있기도 했다. 빗물받이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었고, 제때 치워지지 않은 각종 쓰레기가 빗물을 타고 상가 구석에 쌓이기도 했다.

주차장 한 경비원 한모(72)씨는 “악취가 올라온다고 다 막아버려, 이해도 해.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치워야 물이 빠지지”라며 빗물받이에 덮여 있던 고무판을 치우고 있었다.

“반복된 물난리”…제 기능을 상실한 빗물받이 ‘침수 피해 키워’

시민들이 나 하나쯤이야 생각으로 마구 버린 담배꽁초와 각종 오물 가득 찬 빗물받이는 냄새나는 거리의 쓰레기통이 변신한 지 오래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쓰레기 때문에 빗물이 흘러들어 가지 못해 침수를 막기는커녕 저지대 주택의 침수 피해를 발생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강남역 일대 인근 상가 빗물받이는 각종 고무판으로 덮여 있는 모습.
 
도로 곳곳에 설치된 소형배수시설 빗물받이 상시 개방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악취나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고무판이나 각종 발판으로 덮어두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쓰레기로 꽉 막힌 탓에 빗물받이가 들썩이거나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오물이 섞여 도로로 역류하기도 한다.

각종 쓰레기로 막힌 도로변 빗물받이가 침수 피해를 훨씬 키우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다. 국민안전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15년 빗물받이가 막히거나 덮개로 덮여 있으면 도심 침수 피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모형실험과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원의 빗물관·빗물받이 실험에서 빗물관이 쓰레기가 섞인 퇴적물로 막히자 역류(침수) 현상이 발생했다. 나뭇가지와 토사만으로는 빗물관이 완전히 차단될 가능성이 작았다.

강남역 일대 인근 상가 빗물받이는 각종 고무판으로 덮여 있는 모습.
 
빗물받이를 일부러 막는 것도 침수 피해를 더 키우다 것.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못 할 경우 실험에서 침수 수심이 1.4∼2.3배로 더 깊고, 보도블록 높이(19㎝)까지 침수가 일어나는 속도도 2배나 빨랐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반영해 2010년 9월 강남역 침수 현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각 빗물받이 덮개의 3분의 2가 막히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침수면적이 3.3배 더 넓어졌다. 당시 강남역 일대에는 총강우량 291.5㎜, 2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강도로 비가 내려 주변이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빗물받이 관리에 대해 강남구청 한 관계자는 “빗물받이 개수가 워낙 많고 갑자기 비가 많이 오는 경우가 있어 한계가 있다”면서 “수해예방을 위해 관리자를 순찰을 하면서 상인들에게 빗물받이 교육을 하고 있지만, 돌아서면 상인들이 다시 덮어두는 경우가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덧붙여 “신고가 들어오면 긴급 출동해 조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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