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0억개 만들 코로나 백신, 미·영·일 이미 13억개 싹쓸이

서유진 입력 2020. 8. 4. 05:01 수정 2020. 8.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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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걸려 10억개 만들 수 있는데
선진국이 13억개 이미 선점
미국은 누가 먼저 맞을 지 고민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부터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이 코로나 백신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2년 걸려 10억개를 간신히 생산할 전망인데 선진국이 입도선매한 분량은 이보다 많은 13억개다.

이처럼 선진국의 백신 선점으로 다른 국가들은 백신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영국·일본·유럽연합(EU) 등 부유한 국가들이 제약사들과 계약한 코로나 백신 선 구매 규모가 13억회에 달했다고 영국 의약 시장 조사업체인 에어피니티를 인용해 보도했다.

자국에 코로나 백신을 우선 공급하려는 국수주의가 국제 사회에 팽배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선점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확진자 세계 1위인 미국은 백신 확보에만 8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로이터=연합]


블룸버그통신은 자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려는 국수주의가 국제 사회에 팽배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백신 선점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확진자 세계 1위인 미국은 백신 확보에만 8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에 21억 달러(2조5000억원)를 주고 백신 개발 성공 시 1억회, 장기 옵션으로 5억회 분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 3억회 분도 선 구매했다. 이밖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과도 백신을 계약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 있는 후지필름의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 공장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원료약을 위탁 생산한다. [로이터=연합뉴스]


EU는 사노피와 3억회 분량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본은 지난달 31일 화이자로부터 백신 1억2000만회를 공급받기로 했다.

문제는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세계 인구인 78억명에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22년 1분기까지 전 세계 생산 규모가 기껏해야 10억회 분량"이라면서 "부국들이 선점한 분량(13억회)에도 못 미친다"라고 보도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 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선진국이 앞다퉈 백신 선 구매에 나서는 것과 관련,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일 이를 '사재기'로 표현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권 부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요구된다"면서 "100년 만에 맞은 인류사적 보건 위기 앞에 치료제를 공공재로 활용하는 인류애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중국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이 백신 개발 연구소를 찾은 모습. [신화=연합뉴스]



한국은 '코백스' 가입
코로나 백신 주권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 백신을 계절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처럼 지속해서 맞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길어도 1년 정도 면역을 제공하거나 바이러스 감염 후 증상 완화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들 국가의 백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은 최근 코로나 19 소위 청문회에서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은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불신을 드러냈다.

한국은 백신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공급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이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 혁신 연합(CEPI)과 손잡고 공정하게 백신을 공급하자는 '코백스(COVAX)'에 가입돼 있다는 점이다. 코백스에서 공급 백신을 선정하면 한국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78개국이 코백스 동참에 관심을 표명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누구에게 먼저 맞힐지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AP통신은 2일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을 인용해 미국이 다음 달 말까지 백신 배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백신은 의료종사자와 해당 질병에 취약한 사람을 우선하지만, 콜린스 원장은 코로나 피해가 심한 지역에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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