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거대 여당 '입법 독주' 계속 땐 제1야당 존재 의의 없어" [세계초대석]
장외투쟁으로는 부족.. 의원직 던져야
文대통령 말끝마다 협치 강조하지만
법절차 무시하는 민주당 보면 헷갈려
앞에서는 어르고 뒤에서 뺨 때리는 격
― 여당이 계속 독주하면 견제할 수 있는 표가 부족한 통합당은 무슨 선택을 할 수 있나. 장외 투쟁에 나서나.
“민주당이 앞으로도 이렇게 밀어붙이면서 제1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더는 존재 의의가 없다고 생각하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서 싸운다는 게 전혀 효과가 없는 걸로 나오면 그때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밖으로 나가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의원직을 내던져야 한다. 밖으로 나가서 싸우는 데 의원직을 유지하나 안 하나 차이가 없다. 우리 지지자들이 그런 선택을 요구한다. 여당이 협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야당이 들러리 서는 그런 상태로 4년을 간다면 나는 의원을 못할 것 같다.”
―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 당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절대 과반’ 의석을 내세우면서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고 했는데.
“그렇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획득한 176석이면 국회 18개 상임위원회를 모두 장악할 수 있는 매직 넘버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들 도움 필요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 상임위원회가 모두 18개지만 겸임 상임위가 4개여서 전체 의석 절반인 150석에 14석을 보탠 164석을 차지한 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점유한다. 이런 숫자 논리를 들이대면서 ‘우리는 당신들 협조 없이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 왜 우리가 당신들 말을 들어줘야 하느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민주주의는 관용과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지어는 독일 나치도 형식적 법치주의를 취했다.”
―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채 법안을 밀어붙이는 여당의 자신감이 그런 절대 다수 의석에서 나온다고 보는가.
“나는 참 헷갈린다. 문 대통령은 말끝마다 협치를 강조한다. 그때도 그랬고 이번에 국회에 와서도 협치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협치가 안 된 것은 잘잘못을 따지지 말자고 했다. 그 말이 한쪽 귀로 나가기도 전에 민주당은 밀어붙였다. 앞에서 어르고 뒤에서 뺨을 때리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협치를 생각하는데 민주당은 불충해서 안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과 여당이 투트랙으로 짜고 하는 것인지….”
― ‘굿캅, 배드캅’ 전략인가.
“그렇다. 짜고 하는 것 같다.”
―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야를 균형있게 중재하면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나.
“본인은 의회주의자를 자처하지만 21대 국회를 개원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의회사에 무슨 폭거를 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동안 국회 개원 협상이 매번 몇달씩 걸리는 단점도 있지만 끝내 합의를 추구한 것은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하지 않으면 개원이 안 되는 국회법 구조를 여야가 서로 용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1대 개원 국회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장을 뽑고 그 의장이 본회의까지 열었다. 국회 운용의 기본틀을 깬 것이다. 두번째로 박 의장은 의원들의 상임위를 강제로 배정했다. 헌법기관인 의원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임위에 마음대로 보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역사에 두고두고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
― 민주당이 부동산 관련 법을 일방 처리하면서 상임위 소위원회를 건너뛰고 전체회의로 직행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나.
“허를 찔린 거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민주당이 악용한 것이다.”
― 통합당이 원구성 협상 때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받았으면 최소한 민주당의 법안 일방 처리 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는 법제사법위를 민주당에 내주는 것을 전제로 한 합의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11대 7로 나누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의원총회 논의에 부쳤다. 그때 내 의견은 힘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으니 7개 상임위라도 받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의총에서 거부됐다. 이제와서 그런 지적은 소용없다.”
― 올가을 정기국회 전에 민주당과 상임위원장 재배분 협상에 나서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 법사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상임위원장을 받아올 명분이 없다. 솔직히 민주당이 이렇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는 일부 상임위원장을 가져와도 민주당의 독주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책임만 공유하는 우(愚)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개원 협상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은 독주했다. 여당이 국회 운영의 틀을 정말 협치로 가겠다고 하면 고민해 보겠다.”
― 이제 법안 얘기를 좀 해보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관련 법안을 찬성하는 여론도 있다.
“당내 입장이 갈려 있다. 당의 뿌리에는 노무현정부 시절 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관련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낸 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한국의 수도는 관습 헌법상 서울이고 국가 장래나 방위, 통일을 염두에 뒀을 때 뒤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쪽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이미 13개 행정부처가 세종에 있기 때문에 비효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은 즉흥적으로 제기할 문제가 아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때 재미 봤다는 차원, 충청권 표를 의식한 것으로 본다. 우리도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 수 있는 국회 분원 설치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쟁점이다.
“우리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모법인 공수처법을 바꾸려 들지 않겠나. 그러나 모법을 바꾸는 것은 ‘공수처가 대통령에게 무소불위 권한을 주는 법’이라는 비판에 대해 ‘야당에 추천위원을 2명을 주고, 2명이 다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변명한 스스로의 논리를 무너뜨리게 된다.”
― 공수처법이 합법적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나.
“공수처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과정에서 58일의 숙성 기간을 갖지 않았다. 헌법학자 사이에서도 위헌성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소원 결과가 나온 뒤에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해도 된다. 공수처 설치법 위헌을 주장하면서 추천절차를 밟는 건 그 법을 인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은 통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의했다. 베지도 못하는 칼을 왜 뽑아들었나.
“추 장관이 말하는 지휘권은 자기들이 마음대로 해석한 법에 근거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탄핵 사유라면 숫자가 부족해도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발의해야 한다.”
대담=조남규 정치부장,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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