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귈 수가 없어요.. 코로나 외톨이 'M세대'

유소연 기자 입력 2020. 8. 5. 03:26 수정 2020. 8. 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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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올해 1학기 수도권 초등생은 대부분 주 1~2회 등교했다. 고3을 뺀 중·고생은 격주 혹은 3주마다 학교에 나왔다. 등교를 하더라도 모둠 활동이 사라지고, 종일 마스크를 쓴 채 쉬는 시간에도 대화 없이 화장실만 다녀오도록 해 학생들이 반 친구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1학기가 지나버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1학기 동안 등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상당수 학생들이 새 친구를 사귀지 못하거나 공동생활을 익히지 못해 사회성 발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M(Mask·마스크) 세대'〈키워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등교를 덜 하고 교내 거리 두기를 하면서 학습 공백은 물론이고 정서적 문제도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수업 때 입 '꾹'… 1학년 부적응 심각

특히 초·중·고 신입생들의 학교 부적응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초등 1학년 A군은 마지막 수업이 있던 4일까지도 수업 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만 서면 몸이 얼어붙는 것이다. A군 담임교사는 "선생님과 학교 둘러보기, 친구들과 춤추기 등 적응을 돕는 활동들을 모두 건너뛰는 바람에 한 학기가 끝났는데도 아이들이 학교를 낯설어한다"고 했다.

올해 고교생이 된 B군은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지며 극도의 소외감과 우울감을 느꼈다. B군은 다음 날 학교에 가지 않을 때는 밤에 부모님 몰래 음주를 하거나 음란 동영상에 몰입하는 상태를 보여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열린의사회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상담 프로그램 '상다미쌤'에 올 들어 6월까지 상담 4313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총 상담 건수(3539건)를 이미 뛰어넘었다. 열린의사회 김형선 상담실장은 "등교 일수가 줄자 학교 폭력 상담은 줄어든 반면 교우 관계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을 호소하는 상담은 늘었다"고 말했다.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는 데 한 달

서울 강서구 중학교에 다니는 C양은 지난 4월 온라인 개학 기간 동안 친구들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 평소라면 학교에서 자연스레 화해하거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겠지만 이들이 싸운 후 다시 얼굴을 보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그사이 C양은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였고 결국 지난 5월 등교해 교사가 개입해 겨우 갈등을 풀었다. 이상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교수는 "학교를 다니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교우 관계가 제대로 맺어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도 "학교 폐쇄로 정서적 피해"

코로나 학기를 보낸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을 둘러싼 우려는 전 세계적이다. 유네스코는 앞서 유럽 등지의 휴교 조치를 언급하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발달에 필수적인 사회적 접촉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학부모 10명 중 3명은 "학교 폐쇄로 자녀들이 정서적·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 텍사스주 한 공립학교는 매일 45분씩 화상 회의로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등 정서 발달을 돕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김영훈 가톨릭대 교수는 "친구 표정을 보고 반응하면서 아이들 사회성이 발달하는데 마스크를 쓰니 관계를 맺기 더 어려울 수 있다"며 "부모가 친구 역할을 대신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놀이를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고 했다.

☞M(Mask·마스크)세대

코로나 사태로 수차례 개학이 미뤄지고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한 학생들을 교육 현장에서 일컫는 말. 등교해서도 짝꿍 없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친구와 대화도 최소화해 이들이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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