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돼지축사 악취 분쟁..'돈의 전쟁' 해결책 있다

김용희 2020. 8. 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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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豚)의 전쟁'.

최근 돼지고기 소비가 늘면서 돈사 관련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축사 밀폐와 최신 악취저감 기술을 활용해 돈사 악취를 줄여야 분쟁도 없앨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악취 원인으로 지목된 한센인 정착촌 '호혜원'이 지난해 5월 집단 이주했지만 혁신도시 3㎞ 이내에 있는 소규모 돈사 5곳(총 1천마리 규모)과 돼지부산물처리공장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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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육 소비량 늘며 사육두수·분뇨 증가
돈사 인근 지역, 악취 관련 민원 늘어
돈사 신축조건 강화돼 농장주 반발도
"지자체 재량권 남용" 잇단 행정소송
일부 농가 미생물 등 활용 악취 해소
전문가들 "돈사 내 분무만 해도 효과"
지난달 9일 전남 장성군 북일면 성산종돈장 돈사 내부 모습. 오재곤 전남한돈협회장이 운영하는 이곳은 액비순환형 시스템을 도입해 돼지 분뇨 악취를 줄였다.

#1. 지난달 8일 전남 영암군 학산면 묵동리에서 만난 고재호(65) 이장은 마을 앞 도로 건너편에 신축 공사 중인 돼지 7천마리 규모 돈사(돼지 축사)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1월 반대집회를 비롯해 1인 시위를 이어갔지만 같은 해 3월 영암군은 끝내 건축허가를 내줬다. 현재 해당 돈사 사업주는 무단으로 산림을 훼손해 지난해 12월부터 공사중지 상태이지만 영암군이 명령한 원상복구가 완료되면 언제든지 공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어 묵동리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고씨는 “묵동리는 월출산 자락이 둘러싼 분지 형태라 악취가 더욱 심하다. 그동안 소규모 축사 냄새는 참고 살았는데 대형 돈사가 들어온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답답하다”고 했다.

#2. 2017년 10월 나주시 동강면에 3천마리 규모 돈사 건축허가 신청을 냈던 김아무개씨는 허가가 나지 않자 나주시와 행정소송을 벌였다. 돈사 터가 국토계획법에 어긋나지 않았는데도 나주시가 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재량권을 남용해 불허했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6월5일 2심에서 패소하며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애초 계획했던 4140㎡ 규모로 돈사를 지으려면 30억~35억원이 들지만 나는 50억원을 투자해 악취 저감, 환경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려고 했다. 무조건 돈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자치단체 때문에 우리는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전남 영암군 학산면 묵동리 고재호 이장이 마을 앞 도로 건너편에 신축 중인 돼지 7천마리 규모 기업형 돈사를 가리키고 있다. 학산면 주민들은 악취와 환경 문제를 우려해 돈사 신축 반대운동에 나섰지만 영암군이 허가를 내주며 갈등을 빚고 있다.

‘돈(豚)의 전쟁’. 최근 돼지고기 소비가 늘면서 돈사 관련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돈사를 없애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돈사 농가들은 죄인 취급을 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축사 밀폐와 최신 악취저감 기술을 활용해 돈사 악취를 줄여야 분쟁도 없앨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를 보면 1980년 6.3㎏에 불과했던 국민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26.8㎏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돼지 사육두수는 1983년 257만556마리(42만7972농가)에서 2000년 788만6932마리(2만4239농가), 2020년 1120만8400마리(6192농가)로 급증했다.

돼지 사육두수가 늘어난 만큼 악취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가 집계한 축산 악취 민원은 2014년 2838건에서 2015년 4323건, 2016년 6398건, 2017년 6112건, 2018년 6718건 등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들어선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서도 다시 악취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악취 원인으로 지목된 한센인 정착촌 ‘호혜원’이 지난해 5월 집단 이주했지만 혁신도시 3㎞ 이내에 있는 소규모 돈사 5곳(총 1천마리 규모)과 돼지부산물처리공장이 문제였다. 나주시청 누리집 온라인 청원을 보면 지난달 3일 최아무개씨는 악취가 적응되지 않아 다시 서울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고, 6월26일 이아무개씨는 분뇨, 퇴비 냄새 때문에 두통·복통을 일으켰다고 호소했다.

돈사 악취 관련 민원이 이어지자 각 자치단체는 주거밀집지역에서 500~700m 이상 떨어진 곳에 돈사를 지어야 한다는 기존 ‘가축사육 제한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거리 제한을 1~3㎞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양돈농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거리 제한이 강화되면 돈사를 지을 만한 땅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비 농장주들은 조례 강화 전 서둘러 축사 신축허가를 신청했고 대다수 지자체들이 주민 민원과 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반려하자,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김기천 영암군의회 의원은 “영암은 지난해 9월 기존 700m에서 2㎞로 거리 제한을 늘리는 조례를 시행하려 하자 20건의 돈사 건축 신청이 한꺼번에 접수됐다. 묵동리 1건을 제외한 19건을 불허했으나 12건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고 했다.

분쟁의 와중에 대안 마련도 이뤄지고 있다. 오재곤 전남한돈협회장은 미생물을 활용해 분뇨 악취 문제를 해결했다. 전남 장성군 북일면에서 돼지 1만마리 규모 성산종돈장을 운영하는 그는 2010년부터 돼지에게 소화를 돕는 미생물이 섞인 사료를 먹여 기존보다 분뇨 악취를 50% 줄였고, 미생물이 악취물질을 분해하는 ‘액비순환시스템’을 도입해 나머지 악취도 제거했다.

지난달 9일 전남 장성군에서 성산종돈장을 운영하는 오재곤 전남한돈협회장이 돼지 분뇨에 뿌리는 액비발효액을 손으로 만지며 악취 제거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오재곤 협회장은 “축사에서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인근 주민과 갈등을 겪은 적이 없다. 돼지 3천마리당 2억원 상당의 시설 투자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이인화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돼지는 굉장히 깨끗한 동물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돼지도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등 악취 물질은 물에 흡수되는 성분이기 때문에 시설 투자 여력이 안 되는 농가들은 최소한 환기구에 안개식 분무기라도 설치하면 악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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