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엔 임대주택 절대 안돼" 두얼굴의 민주당?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과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 (김종천 과천시장)
집권여당 소속 중진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연이어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 반기를 들고 나왔다.
여당 독주로 밀어붙인 부동산 관련 수요 억제 입법에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을 벗어났다"는 자화자찬을 내놓기가 무섭게, 여권 내에서 이와 보조를 맞춰야 할 서민 공급대책에는 '내 지역은 안 된다'는 모순된 발언이 나온 셈이다.
정 의원은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는데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라며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그냥 따라오라는 이런 방식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 미매각부지와 자동차검사소, 견인차량보관소 부지 등을 신규택지로 발표했다.
정부 과천청사 일대에 4000호 공급계획을 밝히자 민주당 소속 과천시장도 발끈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과천청사 유휴지는 광장으로서 과천시민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정부과천청사 부지와 청사 유휴지에 또다시 4000여 호의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과천시민과 과천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문을 공개하고 육사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 1만 세대를 건립한다는 계획에 반대했다.
오 구청장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임대 주택 비율은 30% 이하로 낮추고, 나머지는 민간 주도의 저밀도 고품격 주거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며 "부지의 50%를 노원구민에게 돌려줘 일산의 호수공원, 분당의 중앙공원과 같이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며 부동산 수요억제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작 소속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역에 불리하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과 비교하며 "지금 정부가 제일 낫다"고도 했다.
여권 내에서는 집값 급등을 이전 보수정권의 경기부양책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도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들끓는 민심과 별개로 정책의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여당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호중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앞서 5월 이광재 당시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제3대 왕 '태종'에 빗댄 사례를 들며 "이제는 노예를 해방한 링컨에 비유하는 거냐"는 비판도 나온다.
윤희석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의 '남 탓' 행태에 "지난 3년은 문재인정부 임기가 아니었나"라며 "왜 이 좁은 한반도에 터를 잡았냐고 단군 할아버지를 탓할 기세"라고 꼬집었다.
국민의 삶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주는 부동산 입법을 졸속으로 강행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민주당은 거침이 없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는 통합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전·월세 신고제 도입과 종부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관련법을 최종 의결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오늘은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평생 약자로 살라’고 낙인을 찍은 날"이라며 "역사는 오늘을 위선의 정권이 법과 국민 위에 군림한 날이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은 세금 정책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일방적 대책이 시장에 혼란만 부추키고 늘어난 세금 등도 결국 세입자 등 약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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