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전원주택 많은 가평서 폭우에 산사태 피해 집중(종합)

"옹벽 등 안전시설 관련 규정 부족..지질 고려한 종합적 관리도 없어"

(가평=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최근 연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경기 가평군에서 산사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산지에 있는 펜션이나 전원주택 위로 흙이 쏟아지거나 바위가 굴러떨어지며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마을 진입로가 막혀 주민과 피서객의 발이 묶이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가평군 등에 따르면 3일부터 이날까지 총 88건의 산사태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60여건은 복구가 완료됐거나 임시 조치됐고, 나머지는 구조 인력과 중장비가 출동해 대처하고 있다.

시간당 80㎜의 집중호우가 퍼부은 지난 3일에는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관리동을 덮쳐 2살 어린이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났다.

같은 날 오전 상면의 한 마을에서는 바위와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외벽이 완전히 부서졌다.

상면의 한 마을에서는 3일 오후 산 쪽으로 쌓은 축대가 무너져 진입로를 덮쳤다. 전신주도 함께 쓰러지며 발이 묶인 주민과 관광객들이 전기와 물도 없이 초조하게 복구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가평군에는 지난 1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5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현재는 비가 많이 잦아든 상태지만 축대가 빗물을 머금은 토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몰라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는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기 역부족이며 피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평균 경사도 25도 이하의 산지에서는 건물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을 깎은 자리에 지은 건물은 경사도가 낮아도 언제든 산사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을 깎는 작업 자체가 기존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과 교수는 "산사태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재질의 옹벽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지만 이를 강제하는 제도는 없어 대다수의 산지 펜션이나 주택이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질학적 분석을 통한 토지의 종합적 관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평 펜션의 경우 2019년 임야에서 과수원으로 지목이 변경됐다.

가평군 관계자는 "지목 변경으로 지반이 약해진 것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형과 건축물은 서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건축, 허가, 개발 등 분야가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라며 "산사태 위험이 있는 곳은 안전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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