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못한 미지의 '양자거리' 측정법 발견..양자컴퓨터 소재 발견 가속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의 양범정 교수가 임준원 책임연구원, 김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함께 측정이 불가능했던 고체의 '양자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번 발견은 양자컴퓨터와 통신 구현의 기초에 기여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BS는 이번 연구성과가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고 7일 밝혔다.
양자거리는 '거리'라는 표현을 쓰지만 두 점 사이의 떨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두 개의 양자 상태를 비교하는 표현이다. 양자역학에서 전자의 상태는 파동함수를 이용해 에너지와 어느 위치에 존재할 확률 등을 표현한다. 이 파동함수가 서로 같을땐 0, 서로 가장 다를땐(직교할 때) 1로 생각해 두 함수가 서로 다른 정도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
양자거리는 파동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지금까지는 고체에서 양자거리를 측정할 방법이 없었고 물성으로도 나타나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연구진은 평평한 에너지띠를 갖는 고체에 자기장을 걸어 나타나는 란다우 준위를 이용하면 양자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기장 등으로 인해 고체 내의 전자 에너지 준위가 연속적으로 되지 않고 이런 불연속적인 에너지 레벨로 갈라져 나타나는 것을 '란다우 준위'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고체 내의 전자는 그 운동량에 따라 에너지가 바뀌어 복잡한 곡선 에너지띠를 가지는데 일부 고체는 특정한 조건에서 전자 운동량에 관계없이 일정한 에너지띠를 가지는 평평한 에너지띠를 가진다.
평평한 에너지띠와 곡선 에너지띠가 교차하는 물질에 자기장을 걸면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가 퍼지는 현상과 양자거리 사이의 관계를 연구진은 규명했다. 이러한 에너지띠 특성을 가지는 물질에는 순환 구조의 그래핀이나 카고메 격자물질 등이 있다.
연구진은 이 에너지 준위의 퍼짐이 에너지띠끼리 교차하는 점에서의 양자 상태에 달려있음을 밝혔다. 양자거리를 결정하는 양자 상태가 실제 물성인 에너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착안해 연구한 결과, 양자거리의 최댓값이 에너지 준위 퍼짐을 결정함을 증명했다.
따라서 거꾸로 고체 내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관찰하면 양자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론적 증명을 바탕으로 양자 기하학적 구조와 관련한 새로운 고체 연구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했다.
임준원 책임연구원은 "여러 이차원 물질에서 파동함수의 양자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련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특히 고체에서 양자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 발견돼 고체 시스템에서 양자 정보 분야를 연구할 새로운 플랫폼 물질을 탐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정보처리의 기본 단위로 '큐비트'를 사용하는데, 큐비트는 0과 1로 표시될 수 있는 두 개의 다른 상태가 양자얽힘이라는 독특한 상태로 결합해 있다.
양자거리는 큐비트 사이의 결맞음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물리개념이다. 양자컴퓨터는 결맞음이 유지돼야 하는데, 이 결맞음을 통한 신뢰도 측정에 양자거리가 활용될 수 있다.
양범정 교수는 "평평한 에너지띠가 포물선 에너지띠와 만나고 있는 구조를 실제로 갖고 있는 물질이 있다. 이런 물질을 이용하면 이번 연구에서 밝힌 물리현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며 "실제 고체물질이 아닐지라도 우리가 인공적으로 이런 형태의 격자구조를 만들 방법이 많이 있다. 양자점을 이런 격자형태로 만들면 (이번 연구에서 밝힌 물리현상이 나타나는) 카고메 격자구조를 인위적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체를 양자기하학으로 분석한 기존 연구들은 곡률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양자거리를 측정해 물성을 밝힐 수 있게 됐다"며 "나아가 양자정보 분야에 쓰일 새로운 재료를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IBS와 한국연구재단 및 미 육군 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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