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9억 들여 기상시스템 도입했는데.. 예보 빗나가는 이유는

김효인 기자 2020. 8.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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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수도권 폭우 예보 빗나가.. 7일까지 전국 많은 비
기상청이 2014년 11월 569억원을 들여 도입한 수퍼컴퓨터 4호기. /기상청

5일 새벽 강원도와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전날 예보와 달리 수도권엔 별다른 비 피해가 없어 기상청이 '오보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상기후에 의한 이례적인 기상 상황으로 예측이 매우 어렵다"고 해명했다.

◇'예보'는커녕 '중계'도 어렵다

기상청은 5일 오전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10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 기준 강원도 고성, 철원 등엔 200㎜ 안팎 비가 내린 반면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선 20~30㎜가량 비가 오는 데 그쳐 또다시 예보 역량이 도마에 올랐다. 기상청이 홈페이지에서 10분 단위로 비구름의 움직임을 예측해 제공하는 '초단기 강수량 예측'도 안 맞는 지역이 발생하자 온라인상에선 "'예보'는 안 돼도 '중계'는 제대로 할 수 없느냐"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의 반기성 센터장은 "현재 예보 능력으론 초단기 예측이 어렵다"며 "비구름대가 다가오는 모습을 위성으로 관측한다고 해도 실제로 육지에 도달했을 때 어떤 요소가 영향을 미쳐 비가 더 많이 내릴지, 아니면 없어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780억원 들인 한국형 예보 모델

기상청은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 Korean Integrated Model)을 도입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총 780억원이 들었다. KIM은 일종의 날씨 예측 프로그램으로, 기상청이 사용하는 수퍼컴퓨터에서 구동한다. 기존에는 영국모델(UM)을 쓰고 있었는데 영국과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상 특성이 다르다 보니 더 정밀한 결과값을 내기 위해 독자 기술로 날씨 예보 모델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KIM 도입 후에도 강수 예보 정확도가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입 초기로 다소 불안정한 KIM을 보완하기 위해 UM과 병행 사용하고 있는데, 올 4월부터 7월 13일까지 강수 예보 정확도는 67%다. 지난해 같은 기간(68%) 대비 오히려 1%가 줄었다. 강수 예보 정확도는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실제로 비가 왔는지 따지는 비율이다. KIM 도입 후 오히려 정확도가 줄어든 데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강수 예측 모델은 여러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것으로 예보를 뚝딱 계산해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도입 초기여서 사계절은 지나야 데이터를 축적해 한국 맞춤형 예측값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6일 전국에 다시 많은 비"

기상청은 5일 밤부터 6일 사이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서해상으로 북동진하고 있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중부지방과 전라도는 6일 낮까지, 경상도는 6일 낮 동안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100㎜의 매우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7일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올 전망이다. 5일부터 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 경기도, 강원 영서, 충청도, 서해 5도에 100~200㎜, 강원 영동과 남부 지방에 50~100㎜, 제주도에 30~80㎜ 등이다. 기상청은 서울과 경기도에 오는 14일까지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중부지방에서 오는 10일 장마가 끝날 것으로 예측했던 것보다 장마가 나흘 더 길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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