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BTL 이자만 5조5000억" 학교뉴딜 재원 '배보다 배꼽'

김경미 2020. 8.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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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지어서 얼마나 남겠습니까. 민간이 선뜻 뛰어들까요?”“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로 성공한 공공시설 보셨어요? 돈 먹는 하마가 될 겁니다.”

교육부가 노후학교 시설 개선 사업에 BTL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지난달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학교 건물 2835동을 2025년까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친환경 건물로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데, 정부는 이 가운데 25%를 BTL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BTL은 민간 사업자가 자본을 투입해 공공시설을 짓고(Build),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유권을 양도(Transfer)하되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Lease)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방식이다. 임대료 지급 기간은 통상 20년이다.


교육청 “BTL 사업은 재정에 부담, 배보다 배꼽이 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공항고등학교에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BTL 사업의 장점은 당장 들어갈 건설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 기간 일정 수익을 보장해야 하기에 장기적으로는 재정적 부담이 된다.

정부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중 BTL 사업 이자 등으로 총 5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30%는 교육부, 70%는 해당 시·도 교육청이 부담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20년간 들어 갈 비용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직접 건물을 짓는 것보다 돈이 두 배 더 들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시·도교육청은 각종 BTL 사업으로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이 갖고 있는 BTL 채무 총액은 약 10조원 규모로, 지방의회 승인을 받아 교육부가 발행하는 지방교육채(3조7044억원) 규모의 3배 수준이다.


투자 유치 쉽지 않아…안전 문제 우려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서울 월계중학교. 연합뉴스

계획대로 민간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학교 시설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서다. 현재까지 학교 사업에 BTL 방식을 도입한 사례는 경기·경남 등 일부 지역 학교 시설과 대학 민자기숙사 건설 사업 등에 국한됐다.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을 주기도 쉽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투자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참여를 유도하려면 가격을 높여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학교가 하는 사업은 이 같은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TL 방식으로 지어진 학교 시설의 안전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경남도의회에서는 BTL 방식으로 지어진 학교 일부가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화재·풍해에 취약하고 저렴한 자재를 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경남도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재정으로 건축한 학교와 비교했을 때 안전시설이 미흡하거나 하자문제가 좀더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며 “시공사가 책임질 부분까지 교육청 예산을 들여 공사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교원단체 “일부 학교만 혜택 보고 사라지는 사업 될라”

경북 포항시 북구 창포중학교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사회적 거리를 두고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재원 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정부가 발표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반짝 사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5년간 18조5000억원을 들이는 사업에 국고는 단 30%만 지원된다.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초반에 참여하는 일부 학교만 혜택을 받은 뒤, 예산 부족으로 사라지는 사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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