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밀린 日조선소, 생존에 안간힘.. 미쓰이·츠네이시도 합작사 설립

안소영 기자 2020. 8.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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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소들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잇따라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수주가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조선사 간 합작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6일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츠네이시((常石) 조선소는 지난달 31일부터 미쓰이E&S 조선과 자본제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츠네이시 조선소와 미쓰이 E&S조선은 연내 합의를 마치고, 2021년 10월까지 합자회사를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4위인 츠네이시 조선소의 지난해 건조량은 182만톤, 8위인 미쓰이 E&S조선은 76만톤이다. 두 업체가 합작하면 현재 3위인 가와사키중공업(228만톤)을 누르고 일본 내 빅3 조선소에 속하게 된다.

두 조선소는 2018년부터 선박 설계와 부품 조달 관련 운영 제휴를 맺고 비용 절감, 인재교류 방안을 모색해왔다. 양사는 향후 영업력과 설계노하우, 연구개발 내용도 교류할 예정이다.

두 조선소는 조선산업이 점차 어려워지자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쓰이 E&S는 3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해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미쓰이 E&S는 지난해 근로자 1000여명을 감축했고, 치바 조선소 중단과 상선 부문 양도를 추진하고 있다.

츠네이시 조선소는 필리핀과 중국에 진출해 저가 수주 전략을 세웠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들에게 밀리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미쓰이 E&S가 수주한 선박을 츠네이시 조선소가 해외에서 건조하거나, 동남아발 수주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일본 조선소들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今治)조선은 2위 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와 지난해 11월 자본·업무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이마바리와 JMU는 공동 출자를 통해 합작사인 십야드(Nippon Ship Yard)를 만들고, 오는 10월 출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조선업계는 한때 국제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으나,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뒤늦게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재편을 꾀하고 있다. 일본 선박 수출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20년 중 최저치로 나타났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5년 28%에서 지난해 13%로 하락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30%에서 37%로, 중국은 28%에서 33%로 점유율이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누주 수주 실적으로 봐도 일본은 57만CGT(36척·10%)을 기록해 중국(351만CGT·61%)과 한국(118만CGT·21%)에 크게 밀린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형화도 일본의 숨통을 조인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합병을 추진하고, 중국은 지난해 말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의 합병을 완료했다. 두 기업을 합쳐 만든 중국선박그룹(CSG)은 산하에 147개 연구기관과 사업 부문, 상장 기업 등을 거느린 매머드 조선소가 됐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 정부는 자국기업에 대한 거액의 금융지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을 운영하는 해운회사가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일본 조선업체 선박을 구매하도록 금융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일본 조선업이 소멸할 수도 있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닛케이, 일본해사신문 등은 최근 "일본 내 조선사가 15개 정도로 난립하고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재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합종연횡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소들끼리 수주를 위한 출혈경쟁이 심한데 서로 제휴를 하면 이를 줄일 수 있다"며 "선박 관련 기술과 인력, 설비를 공유해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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