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빨리 오른 코스피·코스닥 계속 오를까

서영민 2020. 8. 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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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 이후 증시 회복 속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빨라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 금, 채권 트리플 강세 불러
우리나라 차별성은 '동학개미, 방역성공, 차별적 성장 기대감'
위험요인은 경제봉쇄 심화나 무역갈등, '나쁜 인플레이션'
금융과 실물경제의 괴리, 주식 이상과열도 경계 대상


코로나 충격 이후 증시 회복 속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빨라

우리 증시 상승세가 가파르다. 5일 코스피는 2311.86, 코스닥은 847.27로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 19 충격으로 주가가 가장 많이 내려갔던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는 59% 올랐고, 코스닥은 무려 98% 올랐다.


주요국가와 비교하면 상승속도는 가장 빠르다. Microsoft와 Amazon, Google, Apple 같은 혁신적인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나스닥의 경우, 이 네 기업을 중심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데도 연저점 대비 지수 상승률은 60%다. 한국만큼 많이 내리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한국의 주가 상승 속도는 하여튼 그만큼 빠르다.

연초 대비 상승률(4일 기준)을 봐도 코스피는 3.7%, G20 국가 가운데 아르헨티나(25.5%)와 중국(10.5%)에 이어 3위다.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 경제가 성숙한 나라들만 대상으로 비교한다면 가장 높다는 이야기다.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 금, 채권 트리플 강세 불러


이 상승세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유동성' 그 자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국이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했다. 중앙은행은 일제히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시행했으며, 정부는 막대한 재정 부양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증시만의 현상도 아니다. 거의 모든 금융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값은 1온스에 2천 달러를 넘어서며 역사적인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기관들은 3천 달러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인데, 이 때문에 호주나 캐나다 같은 자원 수출국들의 통화 가치도 함께 강세다.

채권도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의 국채 등 우량 국채 값은 대부분 상승하고 있다.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는 건 표시 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우리 국채 금리도 내림세다.

실물 경제는 여전히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데, 금융자산 가격이 모두 함께 오르고 있다.

금융자산 가격 상승 지속성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는 환율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 지를 가늠할 때 주목해야 할 지표는 달러 약세다. 현재 환율은 1달러당 1,180원대에 진입할 만큼 내려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이 가장 컸을 때보다 100원 가까이 하락한 상황.


세계 통화와 비교한 달러의 가격, 달러 인덱스도 내림세다. 지난 3월 103.6을 찍은 뒤 지금은 93 수준이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잦아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유동성 수준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이라는 세계 금융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연준이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려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충격을 받은 실물경제 회복세는 더디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풀린 달러를 서둘러 거둬들일 가능성은 작고, 오히려 미국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만큼 시장의 달러 약세 기대는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또 "여기에 더해 지난달 유로존 정상이 모여 공동경제 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한 시점을 기점으로 유로화 대비 달러의 약세가 더 뚜렷해졌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달러화로 표시되는 세계 금융자산의 가격은 주식, 금, 채권 할 것 없이 강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차별성은 '개인투자자 유입, 방역 성공, 차별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

우리나라만의 차별적인 이유도 있다.

이른바 동학 개미로 표현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증시 전체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주도주'를 선정하고, 매수와 매도 시점을 잘 잡는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미국의 '로빈후드' 열풍 역시 이런 개인투자자의 유입이라는 경향성을 반영한다.

정부는 우리 정부의 정책 성공을 꼽는다. 금융위원회는 주가 상승을 반기며 입장을 내놨는데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대내외 투자자들이 그만큼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유는 코로나 극복을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공적인 방역 조치와 과감한 정책적 대응이 곁들여져 올해 한국의 성장세가 비교적 좋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것.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던 외국인 자금도 지난주, 코로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간 단위로 순매수세로 전환됐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대표 우량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전환이 물론 한국의 성공적 코로나19 극복을 그 한 이유로 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 약세'를 꼽는다. 달러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미국이 아닌 이머징 국가, 그중에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차별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나라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에서다.

위험요인은 경제봉쇄 심화나 무역갈등, '나쁜 인플레이션'
금융과 실물경제의 괴리, 주식 이상과열도 경계 대상

위험요인도 있다. 하나는 충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갑작스럽게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미·중 무역갈등이 자칫 관리 범위를 넘어서서 심화할 경우 경제에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경제 봉쇄가 심해지는 상황은 가장 나쁜 충격이다.

또 시장에 풀린 돈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부문에서 너무 심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경우도 경제에 충격이 될 수 있다. 실물 경제 성장이 없는데 물가가 오르는 '나쁜 인플레이션'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과 실물의 괴리에 대한 걱정인데, 대부분의 국가 대부분 기업에서 지난 2분기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가 되어 크게 나아진다는 지표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금융자산에 '버블'이 심해진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의 추가하락이 제한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의 유입도 제한될 수 있다. 우리은행 민경원 애널리스트는 "한국 외환시장의 환율 수급은 외국인의 유출입과 수출기업의 결제수요의 영향도 크게 받는데, 둘 다 수급이 좋진 않다"고 말했다.

"지난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1조원 수준에 그치고, 여전히 코로나 위기 이후 20조원 대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총수요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성장성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세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죠.

또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결제수요가 1,180원대에 들어서면 급격히 늘어나는 점도 관찰됩니다. 환율이 떨어질 때 기업들이 달러를 더 팔아야 환율은 더 떨어지는데, 수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환율이 일정 수준까지 내려오면 오히려 달러를 사들인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환율엔 하방 경직성이 생길 수 있고 추가 하락은 제한됩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나타나는 '이상 과열'도 주의할 현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카메라 산업 주도 기업이던 코닥(KODAK)의 주가가 그 한 예다. 필름 카메라 회사에서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제약회사로 변신하겠다고 했는데, 발표 직전부터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코닥 파마수티컬즈(Kodak Pharmaceuticals)' 출범 발표 하루 전에 거래량이 평소 7~8배로 늘고, 주가는 25% 급등했다. 며칠 만에 주가는 10배가 넘었는데, 이 주가가 또 며칠 만에 반토막 이하로 급락했다. 미 증권감독 당국은 즉시 조사에 착수했는데, CNN은 "필름 업체가 제약업체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것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투기화 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고 경고했다.

우리 증시 일부 바이오와 소재, 디지털 테마주에서도 그런 경향성이 나타나는데, 주식시장의 투기화는 큰 대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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