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꾸 미뤄지는 '제주 최대 호텔 개발사업', 무슨 일이?

송창섭 기자 2020. 8. 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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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 '제주드림타워', 분양자와 갈등.."롯데관광개발, 분양 책임 약속해 놓고 발뺌"

(시사저널=송창섭 기자)

사업비 총 1조600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이하 제주드림타워) 개발 사업'이 개발사와 분양고객 갈등으로 위기에 빠져 있다. 지하 6층~지상 38층 2개 동을 짓는 제주드림타워는 전체 객실 수만 1600여 실로 분양 초기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제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노형동에 들어서는 데다 운영은 하얏트그룹이 맡기로 돼 있어 국내 호텔, 리조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5성급 호텔 750여 실과 호텔‧레지던스 850여 실로 구성된 이 개발 사업에서 호텔‧레지던스는 일반에 분양됐다. 이 사업은 롯데관광개발(59%)과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사 녹지(綠地)그룹의 자회사인 그린랜드센터제주(41%)가 공동으로 하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제주 최대 호텔 '제주드림타워' ⓒ롯데관광개발

당초 작년 9월 완공 예정…8·15 완공도 불투명

장밋빛 전망이 줄을 이으면서 분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사업이 삐걱대더니, 급기야 2018년 7월에는 현장 인부들이 공사비 미지급 문제를 제기하며 시공사인 '중국건축'(CSCEC)을 상대로 시위에 나섰다. 여러 갈등이 터져 나오는 사이 완공은 약속된 날짜를 훌쩍 뛰어넘었다. 분양 당시 완공 예정일은 2019년 9월이었다. 그랬던 것이 시공사인 중국건축과 1750억원의 인테리어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지난해 5월 공시자료에 따르면, 완공 예정일은 올해 3월로 바뀐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녹지그룹은 준공 예정일을 올 3월로 바꾸면서 △2018년 7월 근로기준법 변경으로 주중 근로시간 단축 △각종 자재 품귀현상 △숙련기능공 수급 어려움 △제주도 지역 특성으로 인한 잦은 기상악화 등으로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 자료를 분양자들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약속된 날짜를 넘기자 분양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객실을 분양받은 A씨는 "수익형 호텔 분양 시 위약의 기준이 되는 준공 지연 기간은 보통 3개월인데 1년이 다 되도록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분양형 호텔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사비 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터져 나오고 있다. 공동분양사인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현재 소방심사를 진행 중이며, 8월15일 이전 문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제주드림타워는 롯데관광개발의 설명과는 달리 소방심사 서류조차 접수하지 않았다. 제주소방서 관계자는 "현재 소방 관계자들이 매일 현장으로 출근해 건물 전체에 대한 소방 안전도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언제 끝날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 모든 확인 작업이 끝나고 감리 결과를 토대로 심사 절차에 들어가도 심사 작업이 최소 15일 이상 걸린다"고 밝혔다. 소방심사 등 완공을 위한 모든 확인 절차가 끝나야 최종 건축심사에 들어가는데 이 또한 통상 최소 보름 정도 걸린다. 정리하면 지금 당장 소방심사가 끝나도 행정 절차에만 한 달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롯데관광개발의 기대처럼 8월 내 준공심사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분양자들은 자신들이 중도금 대출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대출이 이뤄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행사가 분양 계약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는 "준공일정이 도래함에 따라 공급계약서상 공급대금 중 중도금(공급가의 60%)은 잔금으로 하며, 중도금 대출은 실행하지 않는다"라고 명기돼 있다. 그런데 분양자 B씨의 경우 지난해 말 국세청으로부터 부가세가 환급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B씨뿐만이 아니라 다수에게 중도금 대출이 이뤄졌다.

레지던스와 같은 주거용 오피스텔의 중도금에는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 분양자가 중도금을 내면 세무 당국은 이 중 일부를 분양자에게 돌려주는데 이러한 행정조치가 바로 '환급'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입주 후 중도금과 잔금 일체를 담보대출로 바꾸려 했기에 시행사가 대신 중도금을 내줬다고 해서 당장 재산상의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문제는 계약 위반이다.

분양자를 대리해 분양계약 해지 및 위약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유일의 심상한 변호사는 "어느 누구도 중도금 대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면서 "회사가 분양자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진행한 것은 분명한 계약 위반"이라고 밝혔다. 심 변호사에 따르면, 일부 분양자들은 목돈의 부가세가 환급돼 세무 당국으로부터 자금출처 조사까지 받았다.

분양자들이 진짜 걱정하는 점은 시행사가 중도금을 내주지 않고, 부가세만을 신고했을 경우다. 상식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혀 불가능하진 않다. 분양자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부가세 환급 내역에 '외상매입금'이라고 적혀 있는 점이다. 이들은 시행사가 중도금을 외상으로 처리하고 부가세를 세무 당국에 낼 경우에도 부가세는 이번처럼 분양자들에게 환급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러한 게 가능할까.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선 불가능하다. 시행사와 공사계약을 맺은 시공사가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중도금을 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드림타워는 사업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분양 초기 시행사는 언론보도를 통해 "중국건축은 공사비를 못 받더라도 자체 자금으로 무조건 건물을 완공하는 '책임준공 확약'과 착공 후 18개월 동안 공사비를 청구하지 않는 '18개월 외상공사'를 제공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공사를 상당 기간 외상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분양자로부터 중도금을 받지 않아도 당장 사업이 좌초할 가능성은 없다. 부동산 세무에 정통한 한 대형 세무법인 대표는 "부가세 환급 내역에 외상매입으로 기록된 것은 일반적인 부동산 세금처리법은 아니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 분양 책임 약속해 놓고 발뺌"

논란이 일자 롯데관광개발은 자신들은 분양사업자가 아니며 호텔 운영을 책임진 임차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심 변호사는 "계약서에 보면 롯데관광개발은 공동매도인으로 돼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법적 책임은 물론 계약상 민·형사 책임을 모두 지겠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분양자들은 '롯데'라는 브랜드를 보고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것은 대기업의 올바른 처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분양자 C씨는 "홍보 팸플릿을 보면 '대기업 사업주체(롯데관광개발)가 끝까지 책임지고 운영' '시행주체(롯데관광개발)가 직접 운영' 등의 문구가 있다"면서 롯데관광개발의 이러한 주장에 분통을 터트렸다.

롯데관광개발은 "해당 부지는 자사 계열사인 동아투자개발이 1950억원을 받고 녹지그룹에 소유권을 넘겼으며, 이후 우리가 1000억원의 계약금을 내고 건물 2개 동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도록 돼 있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분양형 호텔(전체 사업지분 41%) 850개 객실은 녹지그룹 주도로 분양이 진행됐기에 법적 책임은 녹지 쪽에 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자신들 역시 준공이 지연되면서 여러가지 피해를 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주 지연에 따른 배상 요구를 공사가 끝나는 대로 정식 절차를 밟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서 특약사항에 사업의 주체가 녹지그룹이라고 정확하게 명시돼 있기에 우리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약의 모든 사안에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시행사가 보낸 '제주드림타워 진행현황 안내문'에는 "준공이 지연된 점에 대하여 송구스러움을 전함, 저희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시행사인 그린랜드센터와 '롯데관광개발주식회사'는…(중략)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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