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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증가율 OECD 1위?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

정상훈 입력 2020.08.0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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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가 본 '의대 정원 확대' 문제.. 농어촌 복무 의사 길러야

[정상훈 기자]

▲ [표1] 대도시, 중소도시 및 농어촌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003-2017) 한국의 사회동향, 2018
ⓒ 통계청
 
고속버스를 4시간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나서야 ○○읍에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그곳 동네 의원에서 며칠 동안 진료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인수인계를 해주던 원장님이 뜻밖의 사실을 털어놓았다. 진료가 아침 7시부터란다. 계약에는 분명히 8시였다.

농촌 지역에는 어르신 환자들을 위해 문을 일찍 여는 동네 의원들이 많다. 대진 의사 구하기 힘들까봐 원장님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나는 무척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7시 동네 의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나는 그날 250명의 환자를 보았다. 단 한 명의 의사가 말이다. 그러자면 정말 '2분 진료'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사실 환자 대부분은 나에게 얼굴 한 번 보여주고 물리치료실로 들어갔다. 농촌 지역에는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물리치료실을 운영하는 경우가 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16년 기준으로 2.3명이다. 이것은 OECD 평균 3.3명보다 낮다. 그런데 이 통계는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에게는, 교회만큼 흔하게 보이는 것이 동네 의원이나 병원이다. '온통 십자가뿐'이라는 농담도 할 만하다.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완전히 다르다. [표1] 그래프는 통계청이 발표한 '대도시, 중소도시 및 농어촌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보여준다.
   
대도시의 의사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농어촌 의사 수는 대도시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아주 서서히 늘 뿐이다. '의사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의사 수 증가율'이 OECD 1위임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늦어도 2026년에 OECD 평균인 인구 1000명당 의사 3명에 충분히 도달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메디게이트 뉴스, 2019. 8. 4.)

2020년 우리나라 의사는 10만6144명인데 이 중에서 8만310명이 7대 광역시와 경기도에서 일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위 그래프대로 의사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으니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26년이 되어도 농어촌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그들은 숨기고 있다.

"여기는 정형외과가 없어요"
 
▲ [표2] 대도시, 중소도시 및 농어촌의 인구 1만 명당 외과계 전문의 수(2003-2017) 한국의 사회 동향, 2018
ⓒ 통계청
 
다른 농촌 내과 의원에서 진료할 때다. 한 어르신이 다리를 절며 들어왔다. 발목이 퉁퉁 부었지만 별로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마침 의원에 엑스레이 장비가 있었다. 어르신은 발목 복숭아뼈 골절이었다. 어르신들은 뼈가 부러져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연히 부목을 대야 한다. 나는 간호사에게 가까운 정형외과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여기는 정형외과가 없어요. ○○시로 나가야 해요."

○○시는 버스로 한 시간쯤 걸렸다. 그러자 어르신도 표정이 변했다.

"아니,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꼭 거기까지 가야 해요? 그냥 며칠 있으면 낫겠죠."

나는 택시라도 타고 가시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어르신은 그러겠다고 답하고 의원을 나섰다. 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위에서 내가 경험한 농촌 의원 두 곳은 모두 물리치료실이 있었고 환자도 무척 많았다. 근처에 정형외과가 없는 것도 같았다. 정형외과가 들어섰다가 망했다고 한다. 농촌 어르신들은 원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어차피 물리치료만 한다면 굳이 정형외과에 갈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순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표2] 그래프는 인구 1만 명당 외과계 전문의 수를 보여준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거의 똑같다! 대도시에서 일하는 외과계 전문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농어촌에서는 그렇지 않다. 두 지역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는 많을까 적을까? 농어촌에는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하다. 그리고 특정 전문의들은 더 부족하다. 우리나라 의사의 수가 아니라 '분포'가 문제인 것이다.

뼈가 부러졌는데 차로 한 시간을 가야 치료받을 수 있다. 강원도에는 아기 낳을 수 있는 분만 산부인과가 하나도 없는 지역이 11곳이나 된다. 도내에서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33.4분이지만, 서울에서는 3.1분이면 갈 수 있다. (YTN, 2019. 12. 8.)

농어촌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
 
▲ [표3]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2015년 기준) 보건복지부
ⓒ 오마이뉴스
  
이런 문제는 당연히 농어촌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표3] 그래프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지역별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이다. 제대로 치료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뜻한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에서는 가장 낮은 서울에 비교해 10만 명당 14명이나 더 목숨을 잃었다.
      
의사들은 왜 농어촌으로 가지 않고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에서 일할까? 우리나라 인구 5182만 명 중 91.8%인 4759만 명이 도시지역에 살고 있다(아틀라스뉴스, 2019. 6. 24). 그러니 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것은 비단 의사뿐만은 아니다. 농촌 의원 두 곳에서 일하는 원장님들도 차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광역시에 살고 있었다. 그 원장님들은 긴 출퇴근 시간을 많은 환자 수로 보상받고 있던 셈이다.
질문을 바꾸어 보자. 어떻게 해야 의사들이 농어촌에서도 일할까? 아래 그림을 보면, 농어촌이 많은 충북, 경북, 강원도 등에 있는 100 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인건비는 2014년 기준으로 서울보다 훨씬 높다. 경북의 의사는 서울 의사보다 1.5배나 더 번다. 그런데도 전체 의사 가운데 대도시로 몰리는 의사 비율은 높아만 가고 있다.
 
▲ [표4]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 1인당 인건비(2014년 기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 오마이뉴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돈인 '수가'를 올리면 어떨까? 수가를 올리면 서울이든 강원도든 다 오른다. 외과나 산부인과처럼 농어촌에서 만나기 힘든 전문 과목의 수가만 올리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일하는 산부인과 의사도 돈을 더 벌게 된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야 할 이유가 못 된다.
농어촌 지역의 수가만 올리면 어떨까? 그래도 자기 아이 교육 문제 등 조건이 바뀌면 의사는 언제든지 서울로 떠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의사를 모시려고 큰돈을 들이며 애쓰느니 농어촌에서 일할 의사를 따로 뽑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 대한의협,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 긴급 기자회견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임원진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협은 오는 12일까지 정부가 5대 요구에 대한 개선조치가 없을 경우 14일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의 8.2%인 423만 명은 농어촌에 살고 있다.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하지만 농어촌에는 의사가 부족하고 몇몇 전문 과목 의사는 더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에서 의사든 특정 전문의든 어떤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3년 복무하면 떠나는 공중보건의사를 제외하면 말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농어촌 복무를 의무로 하는 의사를 길러야 한다. 바로 그런 것을 우리는 '공공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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