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변호사는 왜 "피해자에 대한 무고 고발이 2차 가해"라고 했나[플랫]
[경향신문]
성추행 혐의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사진)가 시민단체 적폐청산연대로부터 무고 혐의 등으로 고발된 것을 두고 지난 4일 “피해자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의 2차 가해를 다룬 과거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여성가족부 매뉴얼 등을 보면 이번 고발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
신승목 적폐청산연대 대표는 지난 4일 김 변호사 고발 이유에서 피해자의 진술서로 지칭된 문건을 두고 “피해 여성의 모친을 통해 교회 목사와 지인으로부터 계획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유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이 문건이 원치 않게 유출돼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며 관련자들을 고소했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피해자가 의도를 가지고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상태로 행해진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
인권위의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구제 강화를 위한 연구 용역보고서(2015)’를 보면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2차 피해는 사건 내용과 신원에 대한 소문” “사건 내용과 당사자 신원 노출은 그 자체로 가해 행위”이라고 돼 있다.
신 대표는 피해자 측이 박 전 시장의 혐의를 입증할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며 “밝힌 증거는 상상을 뛰어넘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2018)’은 ‘2차 가해 양상’에 “사건에 대한 관용적 태도나 사건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관련 증거는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와 함께 증거 자료 30개를 제출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작성한 내용이라며 언론을 통해 공개된 서울시장 비서실 인수인계서와 함께 전·현직 서울시 비서실 관계자 8명의 발언도 고발 이유로 제시됐다. 대부분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 사실을 몰랐으며, 피해자가 부서 이동을 요청한 적 없다는 취지다. 피해자 측은 인사담당자 등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했으나 “예뻐서 그렇다” 등 답변만 들었을 뿐 서울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 측이 서울시 관계자 등을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고발 행위 자체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제3자에 의한 피해자 대리인 고발이지만,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무고 역고소는 피의자 측의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보면, 2017~2018년 성폭력 무고 고소 사건의 84.1%가 불기소됐고 5.9%만 유죄 선고를 받았다. 보고서는 “성폭력 무고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인식되고 있으며,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는 2차 가해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다”며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은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했다.
한편 인권위는 5일 직권조사단을 구성해 박 전 시장 사건 조사에 들어갔다. 강문민서 차별시정국장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은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및 서울시의 성희롱 피해에 대한 방조 의혹 등을 조사하고, 서울시의 성폭력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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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기자 hjin@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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