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복되는 물난리에 정든 고향이지만 떠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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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여기서 살았어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물난리에 살맛이 안 납니다. 정든 고향이지만 떠나고 싶은 심정이네요."
6일 오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서 전날 물난리에 엉망이 된 집을 딸과 함께 치우던 장영환(60)씨는 잠시 허리를 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집 안의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이 엉망으로 널브러졌고, 집 곳곳에 진흙이 들어차 이를 퍼내기에 힘에 부쳤다.
집안 구석 성한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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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돌아온 대피 주민들 '망연자실'..어른 키만큼 물 찬 흔적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평생을 여기서 살았어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물난리에 살맛이 안 납니다. 정든 고향이지만 떠나고 싶은 심정이네요."
6일 오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서 전날 물난리에 엉망이 된 집을 딸과 함께 치우던 장영환(60)씨는 잠시 허리를 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집 안의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이 엉망으로 널브러졌고, 집 곳곳에 진흙이 들어차 이를 퍼내기에 힘에 부쳤다.
이길리는 전날까지 세차게 내리는 비로 마을 옆을 흐르는 한탄천이 범람해 완전히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급히 마을을 떠나 대피소로 향하거나 인근 고지대로 몸을 피했다.
장씨도 재난 문자를 통해 주민 대피령을 확인하고 가족들을 먼저 대피소인 오덕초등학교로 보냈다.
이후 집에 남아 물건 등을 챙기고 단속하다가 즉시 대피하라는 소식에 높은 곳에 지어놓은 농막으로 몸을 피했다.
뜬눈으로 밤을 보낸 주민들은 이날 오전 대피소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마을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들을 맞았다.
길은 마을 입구부터 걷기 힘들 정도로 진흙에 덮였고 부유물과 쓰레기 등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벽에는 어른 키 높이 정도로 물이 들어찬 흔적이 남아 전날의 처참함을 짐작하게 했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마을과 집을 둘러봤다.
집안 구석 성한 곳이 없었다. 전기가 끊어져 어두운 방 안을 살피며 장판을 뜯어내고 진흙을 치웠다.
한 주민은 거실 벽지를 가리키며 "여기 발목 높이로 얼룩진 곳이 1996년 수해가 난 흔적"이라며 "올해는 이것보다 훨씬 높이 물이 차 냉장고며 가구며 다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길리와 인근 정연리 마을은 1996년과 1999년에도 한탄강이 넘쳐 물난리를 겪었다.
당시 141가구가 침수되는 등 각 170억원, 100억원가량 재산피해가 날 정도로 심각했다.
정연리는 잇따라 수해를 당하자 마을 전체가 고지대로 집단 이주를 했다.
잇따른 수해에 배수펌프장 건립, 교량정비, 하천 개수연장 등 수방 대책을 추진했으나 닷새간 700㎜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에 또 물난리를 겪었다.
호우로 터져버린 한탄천 둑은 포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터진 둑 너머 밀려든 토사가 논을 뒤덮었고 무너진 비닐하우스 뒤로 이길리가 한눈에 보였다.
둑 너머 강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렀다.
인근 두루미 탐조시설은 지반이 무너져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철원군에 따르면 이번 수해로 21가구 45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316명이 임시 대피소로 향했다.
214가구가 침수 피해를 봤고 농경지 86.7㏊가 물에 잠기거나 매몰, 유실됐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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