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부끄러움 모르는 정권..韓 야만사회 되고있다"

이은지 기자 입력 2020. 8. 7. 11:40 수정 2020. 8. 7. 15: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현직 고위법관이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며 헌법적 가치가 무시되고 있는 정치권의 현 세태를 비판했다.

강민구(62·사시 24회·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7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선비정신'이 통용됐다"며 "정상적인 일종의 도덕률이 지배하던 사회"라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민구 고법 부장판사 비판

“다수가 모든걸 힘으로 강행”

현직 고위법관이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며 헌법적 가치가 무시되고 있는 정치권의 현 세태를 비판했다.

강민구(62·사시 24회·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7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선비정신’이 통용됐다”며 “정상적인 일종의 도덕률이 지배하던 사회”라고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작금 일어나는 사태는 어떠한가”라며 “다수를 차지하면 헌법 같은 기준선은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는 태도로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과거 자신이 그토록 외치고 선언했던 주장과 너무나 다른 행동을 현실서 일삼는 자들도 염치와 부끄러움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며 “죄송하고 잘못 처신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면, 착한 대중은 다시 품에 안을 것임에도 끝까지 우기고 사과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처신에 대해 “자기 지지자 숫자만 염두에 두고 하는 미련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 부장판사는 “자신만이 정의의 화신이고 타인에 대해 엄청난 칼날을 들이대던 자들이 역으로 그 칼자루를 새롭게 쥐게 된 새로운 권력자 집단에 의해 코너로 몰린다”며 “정말 아이러니다”고 적었다.

특히 최근 ‘권언유착’ 사건과 관련, “언론기관과 권력기관이 합세해 덫 같은 것을 설치해서 특정인이 그 함정 속에 빠지기를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으니 전파 매체를 통해 짜인 작전대로 프레임을 대중에게 전파했다”며 “그런 일을 막아야 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가 그 작전에 동조하는 듯한 행동과 말을 여과 없이 내뱉는 것도 염치의 실종 사태이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은지기자 eun@munhwa.com

[강민구 서울고법부장 SNS글 전문]

◆ 새벽단상 :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법우일기 2020.8.7.)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것은, 인간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안다는 점이다. 사실 동물이 탐욕스럽게 보이기도 하나, 대다수 야생 동물은 자기가 취할 정도의 먹이만 거두지 더 이상의 탐심을 발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게걸스럽게 자신의 먹이보다 훨씬 더 않은 재물이나 권력ㆍ명예 등을 욕심낸다. 미래라는 환상을 인간이 인식하기에 생기는 일종의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일종의 ‘선비정신’이 통용됐다. 자신만의 이익이나 자신이 속한 정파나 집단을 위해서 말도 되지도 않는 주장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알기에 아예 꺼내지도 못하던 정상적인 일종의 도덕률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그러나 작금 일어나는 사태는 어떠한가.

다수를 차지하면 헌법 같은 기준선은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는 태도로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인다. 하지만, 그 다수는 영원한 다수가 결코 될 수 없는 것이 세상사 인연의 이치법이다. 오늘의 다수가 내일의 소수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소수가 내일의 다수가 될 수 있음에도, 어찌 역지사지, 협치의 정신을 내팽개치고 모든 것을 숫자로 밀어붙이고만 있는가.

과거 자신이 그토록 외치고 선언했던 주장과 너무나 다른 행동을 현실서 일삼는 자들도 염치와 부끄러움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냥 죄송하고 잘못 처신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면, 착한 국민은 다시 품에 안을 것임에도 끝까지 우기고 사죄를 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 지지자 숫자만 염두에 두고 하는 미련한 행동이다.

자신만이 정의의 화신이고 타인에 대해 엄청난 칼날을 들이대던 자들이 역으로 그 칼자루를 새롭게 쥐게 된 새로운 권력자 집단에 의해 코너로 몰린다.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이 이번 일에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읍소한다. 1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에 그 칼에 당하던 사람들이 그토록 외치고 싶었던 단어들이 이번에는 그 입에서 나온다. 정말 아이러니이다. 이번 일이 억울한 일이면 이번일 그 자체로 판단 받고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특정 사건을 처리하면서 그 사건과 아무 연관도 없는 개인 간의 안부 연락 흔적 같은 것을 공공연히 퍼트려서 그 피고인을 더 궁지에 몰아넣는 기법의 야비한 방법을 수시로 쓰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자기가 그 방식으로 폰도 빼앗기고 압수당한다.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 비밀이나 인격권 보호 개념은 안중에도 없다.

오늘날 스마트폰이나 SNS는 단순한 기계나 앱이 아니고 그 사용자의 제2의 인격체나 다름없는 특수한 것이다. 그냥 탈탈 털고 싶은 욕구가 수사기관서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겠으나, 그것의 한계를 사법부 법관이 혜안의 눈을 뜨고 반드시 사법적 통제를 해야 한다. 그 통제의 끈을 놓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라는 미명 아래 비참하게 무너진다. 국가도 개인의 인격과 신체ㆍ재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을 부당하게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잊으면 안 된다.

나라의 국민이면 누구나 소득에 따른 납세 의무가 있다. 하지만 소수의 국민에게 상당한 범위 내의 누진세율이 아니라 아예 황금알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르듯이 도살적 중과세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행하는 것도 국가가 부끄러움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로마 이래 폭압적인 세금 정책은 그 정권·나라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가져왔음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준다.

언론기관과 권력기관이 합세하여 무슨 덫 같은 것을 설치해서 특정인이 그 함정 속에 빠지기를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으니 전파 매체를 통해 사전에 계획한 작전대로 프레임을 국민에게 전파하고, 그런 일을 막아야 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가 역으로 그 작전에 동조하는 듯한 행동과 말을 여과 없이 내뱉는 것도 염치의 실종사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말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만, 아직도 선한 국민은 부디 이 나라가 잘되기만을 바라고, 노년에 특별한 추가적인 정기적 수입도 없지만 꼬박꼬박 재산세나 종부세를 내는 국민도 있다. 국가가 부자의 세금을 모아 빈자를 사회복지정책으로 보호해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나, 모든 것은 비례와 상당성 원칙에 합당해야 한다. 세금 제대로 많이 내고, 위법한 일을 하지 않고,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가 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정상적인 사회이고, 자식 군대 안 보내는 것이 사회에서 자랑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부디 국민 각자가 비록 각자도생으로 산다지만, 상생과 공존, 협치·탕평의 기운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권부의 높은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은 자기의 갓끈이 떨어지고 자연인으로 회귀하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부디 사고실험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꼭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되면 적어도 야바위꾼 같은 발언이나 정책을 남발하여 국민 가슴에 대못은 박지 못할 것이다.

나라 전체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로 전진하기를 새벽에 어쭙잖게 서너 자 적어보니 동창에 아침 기운이 밝아 온다.

● 8.13.부터 페이스북 SNS 공간을 떠나는 입장에서 나라와 국민을 감히 마음에 두고 쓴 글이니 곡해나 아전인수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문화닷컴 바로가기 | 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