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파 민주당 '밀어붙이기', 이게 최선일까?

2020. 8. 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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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칼럼] 역동성 부재와 빈곤의 정치학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ccr21@hanmail.net)]
다수결과 합의 중 의회를 어느 방향으로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다수결은 수적 우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은 피할 수 없다. 다수결이 안고 있는 결정적 한계이며 논의구조의 활성화와 다양화를 통한 공적 합의가 중요한 이유이다.

물론 국회에서 일반 의결정족수는 합법의 영역 안에 있다.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이 다수의 횡포이고 소수의 이익이 배제되는 것임을 모르지 않지만 합의가 불가능할 때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의 한 수단이다. 문제는 얼마나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소수를 배려하고 절충과 타협을 시도했느냐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후속 법안 등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당연히 미래통합당에서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실리도 명분도 잃은 통합당에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론이 대두됐으나 울림이 있을 수 없다.

민주당은 절차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민생에 시급한 부동산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하는 게 당위와 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강고한 지지층의 엄호도 여권의 강공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어차피 보수정당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반대로 일관할 게 뻔하다는 인식도 뒤섞였을 수 있다.

문제는 여당의 수적 우위와 야당의 비토정치가 21대 국회운영의 구조로 정착되느냐에 있다. 물론 2022년 대통령선거가 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에 따른 정당체제의 변화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수적 우세를 무기로 야당을 담론지형에서 배제하는 구조는 상당한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책은 민생이라는 규범적 당위만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는 없다.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한 이유는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문제점이 걸러지고 반대 측의 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정책의 실질적이며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가을 이후 조국 사태, 청와대 연루 의혹 사건들, 정권과 검찰총장의 불화 등의 문맥을 건너뛰고 상황을 조감할 수 없다. 정체성 정치와 함께 진영정치는 한국정치의 문제적 담론으로 자리잡았다. 급기야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지극히 민생이 작동하는 영역조차 여야의 합의가 실종되는 반목의 정치가 정치의 패러다임으로 확대되고 체현되는 상황이다.

통합당이 보여주고 있는 시대착오적 행태, 즉 장관 후보자에게 '전향'을 묻고, '적과의 내통'을 운위하는 보수 세력의 불가역적인 퇴행과 정책 및 실용을 공감하는 능력이 전무하다시피한 보수정당은 민주당에게는 역설적으로 든든한 '우군'이다. 그러나 한국정치가 탑재하고 있는 불가측성과 역동성은 어느 순간에 역전의 파노라마로 연결될지 예측불허다.

정책 목표가 선의이고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더라도 절차적 하자라는 혐의를 계속 안고 갈 이유는 없다. 다수결 민주주의가 합의제 민주주의로 갈 수 있기 위해 건너야 할 산은 역시 관용과 배려다. 한국정치의 클리셰가 된 '협치'보다 더 긴요한 건 부단한 설득과 토론이다. 급하다고 이를 건너뛰고 생략한다면 의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의 시대를 외면한 경직된 이념의 굴레와 무능이 통합당의 궤멸을 불러왔지만, 표로만 계산할 때 차이는 의석수만큼 크지 않았다. 야당이 배제되는 구조는 이유와 과정이 무엇이든 야당에 투표한 시민들에게 정치적 좌절과 결핍을 가져올 수 있다. 이의 결과는 집권세력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반목의 재현을 결과할 뿐이다.

야당에 투표한 시민이 느끼는 정치적 박탈은 정책의 순기능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 결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다. 한국 정당정치가 통제 불능의 비토크라시로 가지 않으려면 우선 집권세력이 야당을 끈기 있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 역시 반대를 정당의 정체성의 핵심으로 여기는 구시대의 유물과 결별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정치 복원을 위해 정치의 역동성이 다시 가동되어야 한다. 민주당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ccr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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