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채널A 사건과 '거짓말 잔치'

박국희 사회부 기자 2020. 8. 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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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희 사회부 기자

한겨레신문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검찰 기소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여전히 문제는 검·언 유착이다'라는 칼럼에서 "3월 10일 (한동훈) 검사장이 이 기자와 통화한 지 이틀 만에 서울남부지검이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공모'한 뒤 검찰이 움직였다는 취지다. 거짓말이다. 서울남부지검은 1년 전부터 이철 전 대표 개인의 범죄 수익 은닉 혐의를 놓고 계속 소환을 요구해왔다. 이 전 대표가 거부해오다 그날 응한 것뿐이었다.

같은 날 MBC 역시 "이 기자가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비위를 털어놓지 않으면 가혹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협박했다"며 "실제 이철씨 등 VIK 관계자 두 명이 3월 유시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거짓말이다. 검찰은 "신라젠 경영진의 사기 주식거래 혐의를 조사 중이었다"며 "유시민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정말 유시민 관련 조사를 받았다면 당사자들의 검찰 조서를 공개하면 될 일인데 MBC는 그러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해 '검·언 유착'이 허상이었음을 자인했다. 검찰 기소 하루 전까지 '가짜 뉴스'가 판을 쳤다. 지난 넉 달간 '채널A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 검사장을 어떻게든 엮어내기 위한 수많은 거짓말로 점철됐다.

이철의 '오랜 친구'라며 대리인 신분으로 채널A 기자에게 접근해 MBC에 제보한 사기 전과자 지모씨는 실제로는 이철을 대면한 적도 없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채널A 기자가 "당신(이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라는 말을 했다고 썼다. 거짓말이었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윤 총장이 2월 5일 채널A 기자가 취재하려던 신라젠 사건에 검사 3명을 파견한 뒤 2월 13일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만나 공모했다며 '윤 총장 연루설'을 주장했다. 거짓이었다. 당시 검사들은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파견됐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수사가 한창이던 6월 "문제는 검·언 유착"이라며 "검·언이 합세해 유시민 개인을 저격했다"고 일찌감치 사건을 규정했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추 장관이 발동한 수사 지휘권의 결과는 보는 그대로다.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한 달 전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했다"고 했지만 수사가 끝날 때까지 내놓은 새로운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 판사는 수사팀도 확보하지 못한 한 검사장과의 공모 증거를 혼자 어디서 봤는지 "검찰 고위직과 연결했다"며 채널A 기자를 구속했다. 이 모든 거짓말이 명백히 드러났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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