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물폭탄·북극 38도..병보다 무섭다, 인류 옥죄는 '기후 재앙'

서유진 2020. 8.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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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에 곳곳 극단적 기상이변 속출
집중 폭우에 중국 수재민 5000만명
수 천년된 캐나다 빙하도 녹아
30년 후 '기상 난민' 1억4000만명 예상
들끓는 곤충들, 각종 질병도 창궐

역대 최장의 장마로 '물폭탄'이 덮친 한반도와 정반대로 유럽은 요즘 '열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둘 다 온난화가 불러온 재앙이다. 지역에 따라, 시기에 따라 극단적으로 바뀌는 날씨는 예측도 어렵다. 말 그대로 기상이변이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란 것이다. 이런 전 지구적 현상이 심화하면서 30년 후에는 1억4000만명이 '기상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세계은행)이 나온다. 물 부족에 흉작으로 고통받고, 해수면 상승에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6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에서 장맛비로 인한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한국·중국·일본·태국 등 아시아 국가는 폭우 피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남부 지방에선 수재민이 5000만명을 넘어섰다. 직접 재산 피해액만 1444억 위안(약 24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도 지난달 규슈 지역 폭우로 하천 105개가 범람하고 70여명이 사망했다. 이재민이 1000명을 넘은 한국의 경우 중부는 홍수, 남부는 찜통더위라는 '극과 극' 의 날씨가 나타났다.

중국은 최근 2달 이상 홍수에 시달렸다. 사진은 지난 2일 중국 싼샤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시베리아마저 30도 넘어...세계 한 켠은 이상 고온

지구 한 켠에서는 물난리가 났지만 또 한 켠에선 전례 없는 무더위가 이어진다.

미국 남서부에서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남부에는 대형 산불까지 발생했다. 현장에 2260명의 소방관이 투입됐지만,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상 고온 현상이 겹치며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았다. 소방수가 불길을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 [AP=연합뉴스]


유럽은 역대급 폭염으로 비상사태까지 발동했다. 지난달 30일 스페인 국립기상청은 북부 해양도시 산세바스티안이 관측 이래 최고치인 42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전체 도시의 3분의 1에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31일 폭염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의 한 야외 카페에서 수증기 스프레이를 분사해 더위를 식히는 모습 [AP=연합뉴스]

여름에도 서늘해야 할 북극과 러시아 시베리아도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북극은 38도, 시베리아는 30도 이상 기온을 기록했다. 시베리아는 8만년에 한 번 찾아온 고온현상과 산불이 겹치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지난달 17일 러시아의 숲이 활활 타고 있는 모습. 러시아가 온난화로 이상 고온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불까지 겹치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상고온에 캐나다에서는 5000년 된 빙모(氷帽·산 정상을 뒤덮은 빙하) 2개가 사라졌다고 5일 CNN이 보도했다. 국립 빙설 데이터센터 국장인 마크 세레즈는 "주변 빙하도 10년 안에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나사(NASA) 극저온 과학 연구소의 톰 뉴먼 소장은 "작은 빙하라도 녹아서 물이 되면 해수면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상 현상이 꼬리를 물면서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극단적 기후로 사망자 속출할 것

극단적 기후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국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이번 세기말까지 무더위로 죽는 사람이 인간 면역결핍증(HIV), 말라리아, 황열병을 포함한 모든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많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일 바티칸시티를 찾은 관광객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양산을 들고 관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2016년 전 세계에서 폭염에 노출된 인구는 1억2500만명에 달했다. 1998년~2017년 더위로 죽은 사람 수는 16만6000명이다.

미국 기후영향연구소는 각국이 현재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 배출한다면 2100년까지 폭염으로 인해 10만명당 73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이라고 봤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나라들이 에어컨 설비와 도시 냉방 센터를 늘린다는 전제 아래 나온 수치다.

최빈국들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 기후영향연구소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처럼 덥고 빈곤한 일부 지역에서는 2100년 사망률이 10만 명당 200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온난화로 들끓는 벌레...日 살충제 불티, 美는 불개미 경제비용 6조 이상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또 하나의 재앙은 '곤충'이다. 따뜻해진 날씨에 벌레가 월동할 수 있는 지역이 점차 북상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 파리·모기·바퀴벌레 살충제 시장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월은 26.1%, 6월은 34.9% 커졌다.

바이러스 전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옮기는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소참진드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 서식한다. [연합뉴스]

진드기가 대표적이다. 영국에선 진드기가 북상하는 바람에 '라임병'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났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균에 감염돼 걸린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부정맥을 일으키고 만성 질환이 되기 십상이다.

대구지역에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온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중구보건소 방역팀 관계자들이 대구동산병원 의료선교박물관에서 모기·진드기·하루살이 등 유해해충 박멸을 위한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일본은 불개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농업연구소에 따르면 붉은 불개미의 서식지는 지구 온난화에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전에 살지 못했던 북쪽으로도 불개미가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불개미 [중앙포토]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지난달 14일 도쿄만 부두에서 불개미 1500마리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도쿄 인근 요코하마, 가와사키, 지바 현에서는 여왕개미도 발견됐다.

불개미에 물리면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에 시달릴 수 있다. 벌에 쏘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나필락시 쇼크'를 일으켜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프레지던트는 미국에서 불개미 방제 등에 매년 6조 7000억원 가량이 든다고 보도했다. 중국 광둥성 역시 연간 16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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